금융당국, 공적자금 극대화보다 조기 민영화?
우리금융 일부 자회사 추가 분리매각 가능성 고조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과도하게 자회사를 쪼개서 매각할 경우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끝장토론을 통해 우리금융 자회사 분리매각 등을 포함한 민영화 방안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를 진행했다.
27일 공자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자회사 분리매각을 포함한 모든 방안에 대해 5시간여 논의를 진행했다"며 "아직 민영화 방안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으며 6월 로드맵을 마련하기 전까지 3회 정도의 공자위 회의를 더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지난해 실패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고집하며 일괄매각을 추진하기 보다는 조기 민영화를 위해 자회사 분리매각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저금리·저성장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얼어 붙어 있는 상황에서 10조원이 넘는 인수금액을 과연 어느 곳에서 감당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
현재 가장 유력한 분리매각 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광주와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자회사를 분리한 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을 묶어서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자체가 덩치가 큰 데다가 타 금융지주 등에서 중복되는 자회사의 경우 인수를 꺼릴 경우가 있어 일부 자회사를 추가적으로 쪼개 팔아야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금융은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카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파이낸셜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에프앤아이, 우리프라이빗에쿼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카드를 별도 법인으로 내 보낸 뒤 한결 몸이 가벼워졌지만 아직도 2013년 3월 말 현재 총자산이 263조원에 이를 정도로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는 곳이 KB금융이지만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간 중복점포가 750곳에 달하고, 강남구 한 곳에서만 근접점포가 150곳에 달한 부분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은행 인수 이후에 투뱅크 체제로 간다고 해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여타 중복 자회사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 등 어느 곳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저축은행이나 IT부문은 중복인력 우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회사의 분리 매각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우리은행만 남고 자회사들이 쪼개지는 분해(?) 수준의 매각이 이뤄지고, 우리은행 자체도 차후 중복점포 문제 등으로 대규모 인력조정이 진행될 경우 향후 노조 등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남과 광주은행의 경우 지역발전을 위해 분리매각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밖에 자회사를 쪼개서 판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