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관세청이 쥐고 있는 조세포탈 사건 관련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지만 정작 관련 기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근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기업 전·현직 간부들의 명단이 한 인터넷 언론에 의해 공개되는 것과 더불어 CJ의 불법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과세당국이 보유한 조세포탈 혐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28일 조세포탈범 및 재산 해외은닉자들에 대한 명단 공개하고 국세청과 관세청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외부에서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되는데도 국세청과 관세청은 그것도 모르고 있지 않았냐. 이들 기관이 부정사범을 고발하는 건수도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국세청과 관세청이 업무를 태만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타 기관에는 없는 조세 관련 부정사범들을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
송 의원은 향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감사원 등에 고발권을 넘기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과세당국 실무진들은 이 같은 주장이 전속고발권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탈세액 5억원 초과시 현행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무조건 고발할 수 있고, 5억원 이하는 국세청이 내부 심의를 거쳐서 고발여부를 결정짓고 있다"며 "소액사건은 주로 통고처분을 활용하는데, 통고처분 불이행시 100% 고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통고처분이란 탈세혐의가 밝혀진 대상에 미납된 추징세액에 일종의 벌금(과태료)을 추가하는 것으로 고발처분을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CJ그룹 사건과 관련해선 "CJ 불법비자금 문제 같은 경우 국세청이 일부러 고발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고발처분은 사기, 장부파기, 허위신고 등 고의적인 탈세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단순 미신고는 고발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세포탈 사건에 대한 세무조사 등 사후검증 분야에 있어서는 국세청이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감사원 등에 전속고발권을 내어 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관세청 역시 고발건수가 적다고 해서 해당기관이 일을 안한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자체가 해당 행정기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소독점권에 예외를 두는 것은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수사하고 고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세 부정사범을 고발하는 건수는 연간 600건 정도 된다. 고발건수가 적기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발건수보다는 내용이나 금액, 전문성 등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