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세금 징수기관 중 하나인 국세청이 최근 전면적인 골프금지령을 내리는 등 내부 기강잡기가 한창입니다.
올해 책정한 세수목표치를 채우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국세청이 그 책임의 상당부분을 떠 안고 있다는 측면에서, 작은 경거망동 마저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사실 세수목표치 채우기에 진땀을 빼고 있는 것은 관세청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6월1일 기준 관세청이 징수한 세수는 총 26조8000억원. 최근 3개년 평균 세수진도비 대비 0.7%p 하락, 4660억원 가량의 세수가 부족 징수된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관세청 또한 세수확보에 있어서는 국세청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 주변 상황을 감안, 국세청이 골프금지령을 내리는 등 수선을 떠는 와중이지만 관세청은 오히려 느긋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관세청도 국세청 못지 않은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운 시기, 소속 직원들의 경거망동을 단속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은 모습입니다. 관세청 관계자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관세청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관세청의 자랑거리인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UNI-PASS) 시스템이 생기기 전만 하더라도 수출입 통관 업무가 '면대면(面對面)'으로 이루어졌고, 오만 군데서 '청탁'이 많았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사업자들로부터 크고 작은 접대를 받는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때문에 돈을 직접 다루는 징수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창구로 골프가 활용됐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세청은 유니패스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통관절차가 모두 전자화 되면서 사업자들이 관세공무원들에게 청탁을 할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조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수출입 기업의 물건을 세관에서 고의적으로(?) 며칠 잡아놓는 일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세청 일부에서는 "관세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국세공무원만큼 현장에 나가서 대접을 못 받으니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업무와 관련된 골프접대는 어림도 없는 소리이며, 국세청에서의 경우처럼 청탁 소지가 다분한 골프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공직기강이 흐틀어진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더구나 국선도(명상수련)를 좋아하는 백운찬 관세청장 덕분에 관세청은 지금 국선도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백 청장도 과거 '장타자'로 소문이 날 정도로 골프를 잘 쳤다고 하지만 수년 전 골프를 끊고 건강에 더 좋은 국선도로 취미 운동을 바꿨다고 합니다.
실제로 백 청장이 처음 관세청장으로 부임할 때 관세청 직원들이 국선도가 무슨 운동인지 검색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들도 나왔습니다.
비록 최근에는 인천공항 등에서 세관에 걸려 세금을 내야할 상황이 닥치면 행패를 부리는 등 관세공무원들의 위상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한다면 '골프접대'보다 더 값진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