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 1%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월에 이어 또 다시 1.0%를 기록했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 0.8%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3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속에 얇아진 일반 국민들의 지갑 사정을 감안하면 일단은 반가운 일이지만, 계속되는 물가안정세에 또 다른 걱정거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장기침체가 시작됐던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반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이 폭락하며 부채 디플레이션이 이어졌고, 경기침체가 시작돼 20년 이상 장기불황이 계속됐다.
특히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990년 3%대에서 1992년에는 1.7%까지 하락했고, 1999∼2003년 사이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2006∼2008년 잠시 반등했지만 2009년 이후 또 다시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초기단계에서 과감한 금리인하 등 정책대응에 실패하면서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차단하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상품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기대해, 소비를 미루면서 소비감소→생산감소→고용감소→경기침체·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8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물가 안정세가 일본식 디스플레이션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가안정세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수요압력 약화보다는, 공급불안 요인이 완화되고 제도적 효과 등에 따라 낮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8개월 연속 1%대의 안정세가 이어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최근 양호한 기상여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안정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봄철 가뭄피해 등 기상이변으로 3∼5월중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기상호조 등으로 농산물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신선채소는 전년 동월 대비 1.7%, 전월 대비 10.9%나 가격이 내렸다. 신선과실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값이 4.2%나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도 물가안정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1/4분기 배럴당 116달러까지 올랐던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5월에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우리나라 기름값도 지난 6월 휘발유 -4.3%, 경유 -5.3%, LPG(자동차용) -8.9% 등으로 값이 떨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무상보육이 확대되며 유치원비(24.8%↓), 보육시설이용료(23.3%↓) 등이 하락한 점도 물가안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기재부는 이와 같은 요인들에 따라 올해는 1%대의 물가안정세가 계속되지만, 내년부터는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상승해 일본식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201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도 물가상승률을 2.8%로 전망했다.
현재도 기상악화, 국제원자재가격 변동성 확대 등 공급측 불안요인이 잠재돼 있고, 내년 3월부터는 올해 실시한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물가인하 효과가 사라지므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반기 이후에는 추가경정 예산 등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패키지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최근 일본 디플레이션과 우리 물가를 비교하는데,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며 "우리는 공급측 요인이 올해 좋았고, 보육비 지원 등 제도적 요인들이 작용해서 물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 것이다. 이런 부분이 환원되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므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