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를 두고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계 부채는 국민경제를 저하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일자리 문제와 금융기관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3일 국회에서 열린 '가계 부채 정책 청문회'에서는 가계 부채 해법을 모색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가계 부채의 원인은 통화정책에서부터 시작됐고 이어 미시적인 정책의 착오로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중의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금융회사가 대출 경쟁을 하다 보니 단기간에 신용 창출이 확대됐고 결국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가계 부채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은 "수요 측의 원인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 환경을 전체적으로 볼 때 저금리가 계속됐고, 은행의 경영 형태가 기업에서 가계 쪽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 부채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이 이를 맞추기 위해 간 측면이 더 있다"고 말해 반대되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가계 부채를 키웠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안종범 의원은 "노무현 전(前) 대통령 때 저축은행 규제를 완화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이를 증폭시켰다"며 "부실을 제때 정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가계 부채 중심의 금융권 영업 행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대출 한도(DTI)를 완화했고 투기 과열 지구를 해제하면서 부동산 상승 정책을 5년 동안 펼쳐왔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한 정책을 포기하고 부동산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문제의 원인을 짚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을 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계 부채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한국의 경우 원인과 대책이 다르게 역행했다"고 꼬집었다.
현오석 장관은 "많은 나라들을 보면 경기가 꺼지는 상황에서 밸런스를 맞추는데, 우리는 마이너스성장 대신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답해 다소 상반되는 입장을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역사를 돌이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한 부분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은 한다. 전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현행 금융 시스템의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새 정부 들어 시행된 채무 조정 제도 '국민행복기금'의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신용 평가 시스템의 개선이 요구됐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국민행복기금뿐 아니라 여러 채무 조정 제도들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일자리 부족과 국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채무 조정에 협약한 금융기관 수가 훨씬 많아졌고, 이에 따라 수혜자도 늘어났다. 시행된 지 이제 2개월 됐으니 보완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
또 "기초 생활 수급자는 복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복지와 일자리 정책, 채무 조정 정책이 같이 가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쉬운 일은 아닌데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