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리스자동차, 항공기 등을 등록할 때 부과되는 취득세 등 지방세를 인하해주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어, 가뜩이나 바닥을 드러낸 지방재정에 더 큰 손해를 끼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스자동차 등에 대해 지자체가 세율을 자체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탄력세율제도를 금지하고, 차량 이용자가 실제로 차량을 운행하는 주소지에 지방세를 납부하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와 정지선·양지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세무학회 주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단체간 조세경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발표자들에 따르면 현재 지방세법에서 자동차·항공기·선박 등 이동성 있는 과세물건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하는 지자체(납세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납세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납세자가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 조세회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특히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례를 개정해 취득세·재산세 등 세율인하, 공채매입률 인하, 포상급 지급 등을 시행하며 오히려 관련 업체들에게 조세회피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리스자동차 등록을 유치해 취득세 수입을 거두고자 차량취득세율 및 공채매입률을 낮추고, 항공기에 부과되는 재산세 세율을 인하하는 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자체간 세금감면 경쟁으로 리스자동차 업체 등 관련 기업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전체적인 지방재정 및 지방세 수입에는 손해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 과열된 조세경쟁, 오히려 지방재정엔 '독(毒)' = 발표자들은 지자체들의 과도한 조세경쟁이 지방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개별적인 지자체 입장에서는 세율인하 등으로 더 많은 업체들을 유치해 세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과도한 조세경쟁으로 지방재정에 큰 구멍이 난다는 지적이다.
발표자들은 "일부 지자체에서 세율인하, 공채매입률 인하, 포상금 지급 등의 방법을 통해 리스차량이나 항공기 등의 등록 유치활동을 한다"며 "하지만 신세원 발굴이 아니라 경제활동 단위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세수이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자체들이 차량취득세와 항공기 재산세의 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해 약 350억원에 달한 세수가 감소했고, 차량등록 공채매입률을 낮춰 연간 8000억원의 수입이 줄어들었다.
발표자들은 "향후 지자체의 세율·공채매입률 인하가 확산될 경우 지방재정 감소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지방재정 손실은 최근 부동산 세수감소와 복지재정 수요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재정의 현실을 생각할 때 더욱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들 사이의 세율인하 전쟁을 종식시키고, 지방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리스자동차, 항공기 등 이동성이 있는 과세물건에 대해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세율을 인하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자들은 "리스자동차 등을 둘러싼 지자체간 소모적 조세경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동성 있는 과세물건에 탄력세율제도 적용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스차량의 경우 리스회사의 사용본거지가 아닌 실제 차량을 운행하는 리스이용자의 주소지로 지방세 납세지를 규정해야 한다"며 "차량등록에 대한 지역별 공채매입비율 격차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재산세 세수경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세법상 납세지인 항공기 정치장에 대한 개념을 항공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지방세법에서 독자적인 납세지를 규정한다면 항공기가 국내에서 주로 계류하거나 이·착륙하는 공항·비행장 소재지로 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