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2개로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이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제2의 금감원'이 될 금소처(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시민 단체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비중이 갈수록 늘면서 대통령이 직접 금소원장을 임명하게 돼, 자칫 금감원보다 더 막강한 권한이 실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달 중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의 최종 안이 국무회의에서 논의될 방침이다.
당초 개편 작업을 맡은 학계와 금융계 등 TF(task force)는 금감원의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과 분리하는 방안 2개를 초안으로 내놓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후자 쪽의 가능성이 커졌다.
TF에 참여했던 학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계 안팎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금소원의 힘이 막강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금융 민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시민 단체가 많은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사실상 금감원보다 높은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안에서 승진 희망이 없는 관리자들은 일찌감치 금소원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이 정부인 금융위원회의 권한을 키울 뿐, 금융 소비자 보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분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해왔다.
최수현 원장은 "소비자 보호 강화는 조직 개편보다 현재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 전(全) 직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조직 개편에 반발하는 등 금융 감독 개편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