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이 대표발의 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중소 수입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다음 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인 개정 부가세법은 세금탈루를 목적으로 한 업체가 부가세를 부당하게 환급 받는 루트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
구체적으로 업체가 자발적으로 과세표준 수정신고 했을 경우, 관세조사 등의 사유가 발생해 과세표준을 수정 신고했을 때, 납세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만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도록 했다.
그동안 수입업체들이 과세표준 신고 과정에서 단순한 착오나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유를 불문하고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무조건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업무 실수에 따른 위험도가 적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부가세를 환급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가세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 수입업체들은 부가세 환급을 받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나라별로 다른 품목코드와 어려운 관세평가 등으로 실수를 할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떠 안게 되면서 업계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 부가세법 왜 개정했나 = 수입업체 부가세 환급과 관련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세금탈루를 목적으로 한 일부 악덕업체들이 수입물품의 과세표준을 낮춰서 신고한 경우에까지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세금탈루가 의심되는 수입업체가 관세조사를 받아 세금을 추징 당한다고 하더라도, FTA 등으로 인해 2∼3%대로 낮아진 관세만을 토해 낸 뒤 세율이 10%인 부가세를 환급 받는다면 오히려 이들의 탈세를 정보가 돕는 꼴이기 때문.
하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법 개정으로 '한숨'의 깊이가 깊어졌다.
다음주 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혹시라도 문제발생을 염려한 업체들은 미리미리 수정신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법 시행 후 문제가 되서 부가세를 환급 받지 못하느니, 지금 관세를 더 내더라도 세율이 높은 부가세를 환급 받겠다 의도다.
이런 상황에 대해 관세사 업계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관세평가는 내국세 평가와 달리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단순착오 등 실수가 일어날 소지가 많다는 것이 관세사 업계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능성 음료가 미국에서는 A라는 품목코드로, 우리나라에서는 B라는 품목코드로 분류가 된다면 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혼동해 잘못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조사에 대한 귀책사유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업체가 세금탈루 목적을 가지고 과세표준을 낮춰 신고해 관세조사에 들어가게 됐는지, 세관의 자의적인 판단 하에 관세조사를 하는지를 구분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관세사 업계 관계자는 "귀책사유가 누구한테 있냐는 것을 판단하려면 소송을 해야 할 것"이라며 "세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신고를 잘하라고 할 테지만 업계 입장에선 관세평가 자체가 애매하고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 기재부 "처음부터 잘하면 될 일"…관세청 '묵묵부답' = 관세사 업계는 현재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는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발급 여부를 세관장이 판단하도록 한 개정안의 내용을 본청(관세청)으로 전환해 본청에서 심의위원회를 두고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평가가 어렵다는 업계의 얘기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국세평가도 똑같이 어려운 것 아니냐"라며 "평가가 어렵다고 하면, 본인들이 잘하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업계의 의견을 들었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며 "기준을 만들어달라고만 할 뿐, 어떤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하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업계가 이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지만, 관세청은 내심 법안 통과의 효과를 잔뜩 기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이 시행되면 상당한 수준의 '세수효과'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집행기관인 관세청은 개정된 법대로 집행만 하면 되는 일"이라며 "기준 명확화 등 문제는 기재부에서 정리해 줄 문제 아니냐"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