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 외환거래 혐의자 184명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면적인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실시한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 중 최대 규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에는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아들 재국씨와 이수영 OCI 회장, 최은형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등 184명이 포함됐다.
초창기 21명이었던 조사대상에 언론에서 제기한 혐의자들까지 추가되면서 '볼륨' 자체가 확대됐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들이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외환 거래 신고 의무를 어겼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에 나섰으며, 당사자들에게 외국환거래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는 국외직접투자나 부동산 취득, 금전 대차거래 등 자본거래를 할 경우 거래은행 등에 사전 신고 해야 하며, 거래목적과 내용을 외환업무 담당직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외국환거래정지, 과태료부과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외국환은행으로부터 내국인의 조세회피처 거래 내역을 받은 뒤 대면을 통해 실체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외환거래 신고 의무를 어겼을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환 관리법은 양벌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제재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조사과정에서 위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될 경우 혐의자의 자세한 거래내역을 검찰에 송부해 추가징계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벌규정이란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뜻한다.
금감원은 조만간 혐의가 확인된 대상자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 짓고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아울러 불법 행위가 심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 국세청, 관세청에 추가통보조치를 내려 탈세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은 불법외환거래 의심 사례 조사를 위해 최근 외환감독국 내에 특별조사반을 구성했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조세피난처 관련 불법 외환거래는 총 62건이 적발됐으며 2010년부터 올해까지는 1건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