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허브빌리지 등 전방위 압수수색…비자금 조사
검찰이 당초 예고한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1600여원 상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자택을 방문, 재산압류 절차를 진행 중이며 자산은닉 혐의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캐기 위해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업체 시공사 등 10여 곳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이날 오전부터 검찰, 국세청 등 관련 기관 직원들로 구성된 수사진 80~90여명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과, 시공사, 허브빌리지 등 10곳에 급파, 재산압류 및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방문 국세징수법에 따른 재산압류 절차를 밟고 있고, 시공사 등에 대해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시공사, 허브빌리지 등 비자금 조성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에 대해선 추후 고강도 조사를 위해 내부 문서와 회계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로 지난 1990년에 설립됐다.
최근 비영리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기자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를 통해 재국씨가 지난 2004년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이라는 유령법인을 설립, 해외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2004년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 73억원 상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재국씨 명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시점과 공교롭게 일치, 검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자금은닉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검찰의 동시다발 수사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조속히 환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과거 대통령 재직시절 수천억원 상당의 비자금조성 혐의로 지난 1997년 법원으로부터 추징금 2205억원 확정선고를 받았으나, 지금까지 변제한 금액은 전체 추징금의 24%인 533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검찰은 해당 추징금 시효가 올해 10월 만료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채동욱 검찰총장 지시로 특별팀을 꾸려 환수작업에 나섰고, 국회는 시효기간을 10년 연장하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번 검찰조사와 별개로 시공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불법외환거래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조사결과를 검토해, 법 위반 혐의가 상당할 경우 검찰, 국세청 등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전 씨 일가 및 관련 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자택을 방문해 재산을 압류한 것은 미납 추징금 소멸시효를 늘리는 등 추징금 환수 압박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불법 외환거래에 따른 탈세혐의가 입증될 경우 관계 법인 후속조사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