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위탁 5398억 중 3개월 동안 고작 1억 징수
전담인력 불과 9명…캠코 측 "장기적 개선될 것"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고액체납자 세금징수 위탁 방안이 당초 기대에 훨씬 미치는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를 넘겨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내 담당인력이 상당히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위탁된 징수업무도 체납자 주소확인, 재산조사, 납부안내 등 단순 사실행위에 그쳐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회 기회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호중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올해 캠코에 위탁한 총 5398억원의 체납액 중 징수실적은 3개월간 고작 1억347만원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2011년말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체납징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 일부를 캠코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세법(국세징수법)에 마련했다.
연간 7~8조원에 이르는 체납세금을 줄여 재원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한된 인력구조와 한정된 업무영역으로 위탁업무 징수실적이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올해 3~5월 사이 체납금액 1억원 이상 무재산자 1608명 명단을 캠코에 넘겼다.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무려 5398억원으로 1인당 체납액은 평균 3억4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업무를 위탁받은 3개월 동안 캠코가 이들로부터 징수한 체납액은 총 1억347만원(4월 4055만원, 5월 1020만원, 6월 5271만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캠코 측은 아직 시범실시 기간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된 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제도개선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캠코 관계자는 "아직 시행초반으로 실적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인프라 등이 구축되면 좀 더 징수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청이 결손처리한 채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체납액을 단기간에 징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추심업무 범위와 인력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캠코 조세정리부 산하 체납징수 전담인력은 총 9명에 불과하다. 향후 수천~수만명에 이를 수 있는 고액체납자를 관리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캠코 관계자는 "기존 공매관리 인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 9명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국세청의 위탁업무량이 많아지면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증원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캠코 측의 입장이지만, 정작 국세청은 체납징수 업무 민간위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징수 업무를 공공기관인 자산관리공사에서 위탁해서 추심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보 인프라 등 현실적인 여건상 국세청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체납징수 업무가 민간추심업체까지 확대될 경우, 외국 사례를 보면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선진국들도 민간업체에 징수를 맡겼다가 2~3년 내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으로 포기한 사례가 많다. 징수업무 위탁 확대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