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대비 10% 가량 축소할 듯
최근 세수부족 문제를 세무조사 강화로 타개하고자 했던 세정당국이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대기업 세무조사 비율을 늘리려던 계획을 수정, 당초 계획보다 조사비율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이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세무조사 강화로 인한 경영위축을 주장한 재계 목소리가 일정 부분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23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특위에 보고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전체 세무조사 시행건수를 약 1만8000건 수준으로 잡을 계획이다. 이는 평년 수준보다 약 1000여건 축소한 것이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운영방향을 밝히면서 연매출 500억원 초과 대법인(약 5800여개) 세무조사 비율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세청은 약 1160여개 법인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이 비율을 약 10% 가량 줄이는 방향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 계획에 따라 국세청이 작년보다 240여개 대기업을 더 세무조사하려고 했으나 이를 절반 수준(120여개)으로 축소할 방침을 세웠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수정된 조사운영 계획에 따라 대기업 외 중소·중견법인 조사건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인 조사감소 건수 등을 고려할 때 800~900여개 법인들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지하경제 양성화 및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무조사 강화 방향성을 밝혔던 세정당국이 이처럼 노선을 수정한 배경은 결과적으로 조사강화만으로는 당초 계획한 세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결과가 기반이 된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 세정운용 계획 공개를 전후해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선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무조사가 경기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의견들이 제기됐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경기불황으로 당초 계획했던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 주요세목 실적이 연이어 부진한 결과를 보이자 결국 전반적인 세정운용 틀을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체로 세정당국은 세수가 평년보다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기엔 조사비율을 늘려 부족한 세수를 확보했지만, 이처럼 다시 조사방향을 중간에 바꾼 케이스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올해 경기상황과 세수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세청은 조사비율 축소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조사축소 비율 및 구체적인 건수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 세무조사 비율을 당초 계획보다 낮춘다는 방향성은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조사비율과 건수를 얼마나 줄일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전환 국세청 차장은 이 같은 내용의 수정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국회 조세개혁특위에 보고한 뒤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