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일괄 사표 받아 조직 슬림화 빠른 속도로 추진
복수의 영업조직 구축…조직간 경쟁·긴장감 유도
이건호 KB국민은행장(사진)이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이틀째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내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낭독하고 부행장은 물론 본부장에 이르는 임원 50여명의 사표를 일괄제출 받은데 이어 조직개편까지 멈춤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영여건 및 금융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본부조직 개편을 23일자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조직 슬림화'다. 기존의 10그룹 15본부 61부 1실에서 17본부 57부 2실로 조직편제가 대폭 슬림화됐다.
이에 따라 본부조직 내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수도 기존의 25명에서 17명으로 축소됐다.
현행 그룹/본부/부서 3선 체제를 본부/부서 2선 체제로 축소해 본부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과 시장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체제를 구축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변화에 속도감 있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영업중심 체제 구축을 위해 기존 영업그룹을 기획 및 지원기능 중심의 영업기획본부와 영업추진 중심의 영업추진본부로 분리해 영업그룹의 세분화 및 영업력 향상을 도모했다.
향후 복수의 영업추진본부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기존 국민은행의 강점인 리테일 영업체계를 보다 강화하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되 복수의 영업조직을 통한 긴장감만큼은 배가시키는 배수진 전략을 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대고객 자산관리서비스 전담부서인 WM사업부와 PB센터를 전담하는 PB사업부를 통합해 영업추진동력을 강화하고, 글로벌사업부를 전략본부에 편제해 해외사업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수립을 지원하도록 했다.
본부장 보임 직위를 부행장, 전무, 상무로 다양화한 점도 독특하다. 본부장 보임 직위를 부행장 등으로 넓혀 조직·인력활용에 있어 유연성을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은행장은 취임 이틀을 맞이해 비록 노조에 의해 출근 저지를 당하고 있지만 무서운 속도로 조직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22일 이 은행장은 취임식이 무산된 뒤 곧바로 본부장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하며 조직개편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은행장은 출근을 하지시는 않았지만 시내 모처에서 수시로 보고를 받아 조직개편을 완성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고객과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영업중심의 조직체계 구축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