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금융 제도들이 달라지는 가운데, 올해에는 유난히 소비자들을 배려한 정책 변화가 눈에 띈다.
하반기부터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 이자율이 의무적으로 고지되고, 보험회사 대출이자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강화되는 등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들이 대폭 많아진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비 카드 결제나 공인인증서 재발급이 어려워져 불편도 다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달라지는 금융 제도,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 "현금 서비스,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 앞으로 신용카드 이용자가 현금 서비스를 신청하면 실제 적용되는 이자율이 공시된다.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 ARS(자동 응답 시스템), 인터넷 홈페이지 모두 해당된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자율적으로 이자율을 공시했으나, 개인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수수료를 일일이 다 알리지는 않았다.
이자율 공시는 금융회사 사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 "내 펀드 수익률 얼마일까? 이제 휴대전화로 확인하세요" = 주식 투자보다 안전하면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 투자.
펀드 계좌 수가 1억5000만개에 달할 정도로 보편화돼 가는 가운데, 앞으로는 개인별 수익률이 모든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된다.
펀드 가입자들은 매달 1회 이상 수익률뿐 아니라 잔고 내역, 운용 현황 등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가입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아니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실제 수익률이 표시되는 것이다.
□ "취업·승진하면 대출이자 인하 요구하세요" = 오는 9월부터는 보험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취업, 승진, 소득 상승, 전문 자격증 취득 등 신용 등급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금리를 깎아달라고 할 수 있는 것.
기업 대출의 경우 회사채 등급 상승, 재무 상태 개선, 특허 취득 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연체이자도 기간별로 차등 부과된다. 이에 따라 연체이자가 전체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저축은행 표준 약관, 소비자 위주로 대폭 개정 = 저축은행 대출을 받을 때 지상권 설정 비용을 차주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지상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건물, 수목 등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로 그동안은 차주가 등록세 등 상당 부분의 비용을 부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앞으로 차주가 부담해야 할 지상권 설정 비용은 건당 평균 180만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대여금고를 이용하다가 중간에 계약을 해지해도 선취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 독버섯 연대보증, 전(全) 금융권에서 사라진다 =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도 연대보증이 폐지된다.
저축은행, 보험회사, 상호금융(농·수·신협, 산림조합), 카드사, 캐피털 등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이제는 타인이 보증을 설 수 없게 된다.
단, 개인 대출에 한하며 기업 대출의 경우 동업자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 상호금융도 근저당 금지 = 상호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때 근저당 설정이 금지된다. 근저당은 장래에 생길 채권의 담보로 금융회사가 미리 저당권을 설정하는 제도인데, 차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앞서 지난해 금융 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의 근저당을 폐지한 바 있다.
신규 가계 대출은 포괄 근저당 설정이 제한되고, 기존의 포괄 근저당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담보 범위가 조정돼 한정·특정 근저당으로 전환된다.
□ 아파트 관리비 카드 결제 'No' = 다음 달부터 아파트 관리비를 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 기존의 이용자는 카드 유효기간까지 서비스가 유지된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면서 아파트 관리비도 수수료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카드 회원 수는 215만명으로, 전체 아파트 가구의 3분의1 가량으로 추산된다.
□ 공인인증서는 '지정된' 컴퓨터에서만 = 앞으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300만원 이상의 돈을 이체할 때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으려면 제약이 생긴다.
공인인증서 신청 시 미리 지정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만 재발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일 다른 컴퓨터에서 불가피하게 재발급을 받으려면 유선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인증을 해야하는 등 본인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파밍 등 금융 사기가 늘면서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이어 전(全) 금융권의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다. 오는 9월 26일부터 시행된다.
□ 마일리지 보험, 일반 휴대전화로 촬영도 'OK' = 자동차 주행거리가 짧으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마일리지 보험의 이용이 수월해진다.
그동안 마일리지 보험 가입자들은 주행거리를 증명하기 위해 거리계를 촬영한 뒤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했는데, 만기 때는 가입한 보험회사의 스마트폰 앱(App)을 통해서만 촬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입 시와 만기 시에 둘 다 일반 휴대전화로도 주행거리를 촬영해 제출할 수 있게 됐다.
또 마일리지 보험을 잘 몰라 가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회사의 안내가 강화된다.
□ 치매 가족 대신 보험금 청구할 수 있다 = 고령화가 빨라지며 치매 보험 가입자 수도 많아졌지만, 치매 발생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보험금 청구에 따른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녀나 배우자가 뒤늦게 치매 환자의 보험 가입 사실을 알았을 때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가입자가 치매 보험 가입 시 대리 청구인을 미리 지정해야 하고, 늦어도 가입 이후 2년 안에 지정하도록 약관에 명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