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감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은 지난 2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7개 금융지주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공동 TF'를 제시했다.
적자점포 구조조정 등 일률적 잣대 적용 우려 커
"은행 경쟁 속 감독당국 과도한 개입 옳지 않아"
규제개선 카드 제시 없이 포퓰리즘식 접근도 문제
금융권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바로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회사에 제안한 '공동 TF' 때문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을'의 관계에 있는 금융회사들에게 수익성 저하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이 같은 '불편한 동거'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은행회관에서 7개(KB·우리·신한·하나·KDB·한국씨티·농협) 금융지주회장을 만나 '공동 TF'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경에 금감원을 비롯해 금융지주사 임원, 부서장급과 실무진들이 참여하는 TF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금감원 금융지주회사감독팀장은 '공동 TF'와 관련 "금융지주사 도입 10년이 지났지만 자산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그룹 간 시너지 효과는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여 이러한 점을 개선 시킬 것"이라며 "수익성 강화 뿐만 아니라 금감원 검사나 평가에 대해 지주사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해 주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TF에 참여키로 한 금융권의 속내는 편하지 않다.
최수현 원장이 금감원과 금융지주사 간 최초의 '공동 TF'를 제시하며 경영진 성과보상체계 개선·적자 점포 정리·중복비용 축소 등을 지적했는데 경영여건이 상이한 경쟁관계의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사의 자율적인 경영판단을 배제한 채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할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25일 최수현 원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서 '수익성은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마른 수건 짜듯이 짜는 거지 다른 방법이 뭐 있겠냐"며 "금감원과의 TF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의 한 임원은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수익성 향상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나쁠 것이 없지만 방법론적으로 경영 상황이 개별적일 수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TF를 하겠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그는 "적자점포도 유형이 있으며 점포를 개점한 뒤 최소 3년 이상이 지나야 수익성을 따질 수 있는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적자 유무를 따져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금융당국에서 컨설팅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일률적인 잣대로 금융지주사들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계열 한 연구소장은 "적자점포의 문을 닫아도 해당 점포의 인력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한 인건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돈을 많이 번다며 '금리를 내려라 수수료를 낮추라'고 요구했는데 1년도 안돼 금융회사의 낮은 수익성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은행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이 같은 가격 변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감원에서 할 일은 경제활동인구 3000명당 1개의 점포가 개설되어 있는 '오버뱅킹' 문제와 비효율적인 ATM 설치 경쟁 등 금융권 전반의 과잉서비스 해결이다"며 "경기가 나빠져 은행권의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 같은 문제를 포퓰리즘에 부합해 임원 연봉을 줄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우려를 의식한 듯 권순찬 금감원 감독총괄국장은 "감독기관에서 주도적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며 같이 논의해보자는 취지다"며 "지주사들이 기대한 만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아서 금융주지로서의 역할을 잘못하는 것 같아 만나서 공통의 고민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권 국장은 규제 개선 측면에서 도와줄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규제개선은 금융위에서 할 일이다"며 "금감원에서 TF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장기경영전략이나 리스크관리, 성과평가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것을 금융위랑 협의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