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천억원이 넘는 세금폭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초창기 이뤄진 주요 은행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일부 마무리되며 국민은행 등에 세금결정이 이뤄졌다.
국민은행은 14일 공시를 통해 올해 반기 중인 지난 2월 25일부터 이뤄진 세무조사 결과 부과예정금액 1254억6400만원을 충당부채로 적립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 금액에 대해 법인세비용 등으로 480억1400만원 및 이연법인세자산 등으로 774억5000만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국민은행은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이 488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2470억원에 비해 83.5% 급락했으며, 상반기 실적을 놓고 봐도 34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에 비해 65.7%(6596억원) 하락하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천억원의 실적 하락에 더해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국민은행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종료된 후 1200억원 상당의 부과예정금액을 납부했지만 아직까지 국세청과 상당부분 세금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추후 조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세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정기세무조사를 받아 천문학적인 4827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다. 이는 국내 법인 중 최대 추징액 기록이다.
국민은행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 9억7000만원은 패소를 했지만 1171억350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2003년 국민카드 합병 관련 대손충당금에 관련된 3645억원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국세청의 상고 제기로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국민은행에 앞서 지난 2월 22일 가장 먼저 세무조사를 받은 SC은행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세무조사를 마치고 가산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국세청에 조기결정 신청서를 제출해 세금을 결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에 앞서 세무조사를 진행한 SC은행도 비슷한 전철을 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SC은행 관계자는 "피감기관으로서 세무조사가 마쳤는지 여부와 세금 추징액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이 힘들다"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국민은행에 천억원이 넘는 세금이 부과된 만큼 현재 진행중인 여타 금융사의 세무조사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 27일부터, 신한은행은 6월 27일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통상 1개반이 투입돼 2~3개월 정도 진행됐던 것과 달리 2개 조사반이 투입돼 전례 없는 4~5개월 현미경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