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 씨는 전자금융 사기피해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왔다. 은행 홈페이지에서 고객의 보안카드 번호 전체를 요구하는 일은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그도 보안카드 번호 2개만으로 계좌이체를 성립시키는 신종 금융범죄에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범죄의 진화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 홈페이지를 사칭해 보안카드 번호 전체를 입력하라고 요구하던 방법은 이미 구식으로 분류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상적인 은행 홈페이지에서 보안카드 두 자리만을 탈취해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범들은 소비자의 컴퓨터를 악성코드에 미리 감염시키고, 상대방이 정상적인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순간 거래를 중단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컴퓨터가 다운되기 전 상대방이 입력한 보안카드 번호 두 자리를 이용해 자금을 인출해가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뱅킹 도중에 거래가 중단되거나 비정상적으로 종료되는 경우 그 즉시 금융회사에 연락해 본인계좌의 지급을 정지하거나 공인인증서 및 보안카드를 재발급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박장규 금감원 IT총괄팀장은 "(사기범들은) 계좌이체에 필요한 공인인증서와 인증서 비밀번호는 소비자 PC를 악성코드로 감염시킨 후, 사전에 또는 보안카드 비밀번호와 동시에 탈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뱅킹 중 보안카드 비밀번호 등의 입력을 요구하는 팝업화면이 뜨는 경우 정보를 입력하지 말아야 하며, 인터넷뱅킹 거래가 비정상 종료되는 경우 거래 금융회사에 문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감원은 의심거래가 발견될 경우 금융사가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한 통보 및 보안카드 재발급을 유도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또 비정상적으로 거래가 종료된 경우 그 다음 거래가 다른 PC에서 이뤄질 경우 본인확인을 강화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