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국민에게 어떤 혜택 돌아가는지 설득 필요"
세제개편안 논란에 "대통령 의중 확보 없이 발표.. 이해 안 돼"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29일 복지재원을 위한 '증세'문제와 관련해 "세금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원도 홍천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정환경의 변화와 정당 :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속도'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국가가 세금을 어떻게 걷고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재정을 위한 증세와 관련, 야당의 '부자증세', 법인세·소득세 인상 주장은 기업의 투자를 방해한다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의 지적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우리 조세구조가 부자에게만 세금을 거둬 복지재정을 감당할 수 없게 돼 있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진보정당이든 각자가 생각하는 정도의 복지재정이 얼마든 부자들에게만 물려선 안 된다. 중산층에게도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부자도 세금을 적게 내지만 중산층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적게 낸다. 조세부담률이 19.5% 안팎인데, OECD 평균이 26%정도고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은 50%가까이 된다"며 "필요하면 중산층도 거둬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국민들 모르게 살짝 빼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캐나다 보수당은 정권의 생명을 걸고 연방소비세를 늘렸고 그 과정에서 169석이던 의석이 2석으로 줄었다. 그런 각오로 조세를 올려야 한다. 그 중심 세력이 십몇 년 후에 다시 정권을 잡았다. 과거의 조세개혁이 정당하다고 해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민비판에 직면하자 하루만에 '전면 재검토'로 논란이 된 세제개편안에 대해 "대통령의 의중도 확보하지 않고 당의 의지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안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어떻게 보면 일부 조세 기술자에 의해 나온 거 같아 놀랐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복지를 전제하는 분배와 관련해 "분배에는 두 가지가 있다. 1차, 2차 분배인데, 우리가 말하는 복지는 2차 분배다. 1차 분배는 시장에서 조정된다. 예를 들면, 대학교수와 시간강사의 급여 차이는 1차 분배 구조에서 고장난 것"이라며 "1차 분배가 나아지면 2차 분배에서 낼 게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1차 분배구조가 어떻게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앞으로 이렇게 고치겠다는 것과 함께 2차 분배구조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같이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절대 중산층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