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9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회장의 급여횡령과 일본 내 부동산 배임부분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하대중 전 CJ지주사 대표에게 지급한 한남동 빌라에 대한 급여횡령과 일본의 CJ재팬 빌딩과 센트럴빌딩에 대한 근저당권 및 인적담보 제공이 각각 횡령과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변호인측과 검찰측의 팽팽한 공방이 오갔다.
변호인측은 하 전 대표에게 지급한 한남동 빌라는 30여년간 근무해온 하 대표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한 급여로 회사에서 빌라대금을 정산했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국내 법인에서 급여를 지급할 경우 법적인 문제 등이 뒤따를 것을 감안해 해외법인에서 급여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 전 대표에게 빌라를 분양한 것은 간접적으로 광고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다며 이런 의사결정 과정은 경영판단사항에 해당하며 횡령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자세한 반론은 서면을 통해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하 전 대표의 빌라 구입을 하 전 대표가 아니라 CJ 관제팀에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수사과정에서 한남동 빌라에 대한 소유권 포기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한 점과 빌라 대금이 곧바로 이 회장에게 빠져나간 점을 들어 이 자금이 이 회장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내 부동산 구입과 관련해서도 검찰측은 횡령이라고 주장하지만 변호인은 배임의 문제라고 맞섰다. 이 부분은 앞으로 양측의 치열한 법리논쟁이 예상된다.
변호인측은 CJ재팬이 빌딩 구입에 대해 연대보증 하거나 CJ재팬 빌딩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검찰은 CJ재팬의 활동은 영업과 무관하게 이 회장 개인 이익을 위한 행위였고, CJ재팬의 연대보증 행위에 따라 침해되는 재산도 달라서 근저당권은 CJ재팬 빌딩 자체의 손해 발생과 관련되고, 연대보증은 CJ(주) 전체 재산의 감소를 가져온다며 변호인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이재현 회장과 신동기 부사장, 성용준 재경팀 상무에 대한 공동 변호인의 의견서와 의견서에 대한 설명, 배형찬 CJ재팬 대표 변호인의 의견, 하대중 전 지주사 대표 변호인의 의견 등 각각 담당 피고인에 따라 따로 진행됐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최근 신부전증 수술을 성공리에 진행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수술을 위해 지난달 20일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회장은 11월 말이 지나서야 법정에 출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재판부는 11월 말까지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쟁점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