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기초연금, 국민에게 손해 아니다"
기초연금 수정안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긴급현안질의가 열렸지만 해답을 모색하기는 커녕 야유와 고성만 난무하는 등 정부와 야당은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는 1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와 기초연금 수정안과 관련한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 국회에서 긴급현안질의를 열고 정부의 설명과 사태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지만 여당과 야당, 정부와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만 보였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기초연금 공약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차등지급한다고 수정한 것은 공약 파기이자 국민에게 손해가 나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문제는 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해서 감액 지급을 하냐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복지부는 손해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 주기로 했는데 10만원 주는 것은 손해가 아니냐. 누가 이를 수긍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그 점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손해라고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왜 사과를 하냐"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원래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못 지켜서 사과를 한 것이지, 손해는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기초연금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지만 지금 받는 것보다 절대로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공약 파기 논란과 관련해선 "공약위반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소득 상위 30%에 대해선 지급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김 의원은 답답한 듯 ""내 질의 시간을 깎아서라도 다시 말하겠다. 20만원을 주기로 했다가 10만원 밖에 못 주게 된 것은 깎은 것 아니냐"라며 "그게 왜 손해가 아니냐"라며 집요하게 물었다.
정 총리는 "손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현재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9만6800원보다 기초연금으로 지급될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기대했던 대로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국가의 재정과 미래 세대의 부담, 지속가능성 등을 검토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를 듣던 야당 의원들은 고성과 아유를 쏟아내며 정 총리를 비판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질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고성이 이어졌다.
정부, 재원조달 자신감…野, "부자감세 철회" 요구
정 총리 "국채발행, 최대한 자제하겠다"
정부는 재원조달 문제와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기존 공약보다 축소했다고 해명하면서 정부의 수정안대로라면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 총리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출 구조조정을 해서 재원을 조달할 것"이라며 "최대한 국채 발행은 자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총리는 "기초연금은 절대 국민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을 계속하자 민주당에서는 "부자감세나 철회하라"고 받아치면서 의원석에서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정 총리는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자감세란 용어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MB정부 때 소득세는 오히려 새로운 과표구간을 만들었고 법인세는 최저한세를 올렸다"며 "감세를 해줘서 세수가 빠졌다기보단 경제 현상에 따라 세수가 빠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기초연금과 관련해선 "지속가능성 측면을 보면 바람직하다"며 "세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당초안이 인수위를 거치면서 40조원 정도 재원조달이 가능한 범위에서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공약에 대한 재원조달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원조달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서 세수를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재원조달은 차질없이 될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 사퇴 논란, 정 총리 "사퇴 절차 잘못됐다"
진영 전 복지부 장관 사퇴를 두고도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진 전 장관과 채 전 검찰총장 등의 사퇴 파동은 모두 청와대 책임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진 전 장관을 왜 배신자라고 하느냐"라고 질의하자 정 총리는 "배신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진 전 장관이 사퇴한 이유는 (청와대와)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정부 정책이 충돌하게 될 때 주무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장관제 아니냐"라며 "박근혜 정부는 책임장관제를 파기한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이 강하게 몰아붙이자 정 총리는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으며 "책임장관제라고 해서 장관이 독단으로 하는건 아니다. 자기일은 소신껏 하되, 정부 내에서 정책방향을 조율해서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일부 여당 의원들은 고성을 내며 반발하기도 하는 등 긴급현안질의 내내 본회의장에는 아유와 고성이 멈출 줄 몰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진 전 장관이 수차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는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한다"고 질의한 것에 대해 정 총리는 "청와대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하고 나도 모르겠다. 사퇴를 하려면 국무총리를 거쳐서 가는 것이 순서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절차가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