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확보의 실효성 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
국세청 소관 8월 세수실적이 전월대비 한결 상황이 나아지면서(8월 현재 세수결손 전년동월 대비 5조9000억여원), 세수결손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의 목소리는 지난 회의(2일) 때보다 한층 잦아들었다.
세무조사 실효성 질타…정부 "제도개선으로 재원 확보 가능"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세무조사를 강화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5년 동안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원을 추징하겠다고 했는데, 국세청에서는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며 "국세청에서 27조원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 세무조사를 통해서 어떻게 세원을 확보하느냐"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화수분이 아니다. 한번 파면 끝나는 것인데 세무조사로 내년 세입예산안 충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로 인한 추가세수는 얼마라고 보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조원 중 3조7000억원 정도는 FIU정보를 활용한 세무조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며 "27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에는 현금영수증 발급 확대, 성실납부제도 확산 등의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중 국세청장 역시 "조사로 인한 세수는 전체의 2~3%이다. 세무조사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확보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FIU 정보를 활용과 제도개선, 체납정리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관세청이 세수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의 지적도 제기됐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무리하게 징수를 한다는 우려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며 "관세청은 과세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여러 과세 이유를 살펴보고 심사처분위원회라는 자체심의기구를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野, 기초연금 3일째 맹공…현오석, '지친 기색' 역력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했다는 야당의 비판이 3일째 계속되면서 이날 현 부총리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국민연금과 연계없이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 20만원을 지급하면 정부안과 1조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재정문제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별로 차등지급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정부에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가) 국민 이득이고, 손해보는 것 없다고 말하는데 지역가입자는 소득을 은폐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다"며 "국민연금을 10년 가입하고 정기적금을 20년 가입한 것이 더 이득이라는 기사를 봤느냐"라고 물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또한 "미래에는 전체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빈곤도 높아져서 1인당 연금수령액이 줄어든다"며 "지금 당장 (소득하위 70% 노인 중) 90%에게 혜택이 가니까 좋은 것이라고 얘기하느냐, 공약 사기 아니냐"라고 따졌다.
현 부총리는 "(국민연금과 연계를 안하거나 20만원을 일률적으로 주는 안은) 정부안보다 재정부담이 더 크다. 오히려 지금 받는 분들 간의 소득재분배라는 요소를 감안했을 때 지금 정부안이 더 낫다"며 "공약 사기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공약 조정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고,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보충질의를 하면서 같은 내용의 질의를 여러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반복했다.
지난 1일 긴급현안질의와 2일 기재위 회의 등 3일째 같은 질문을 받은 현 부총리는 "재정 부담 때문에 공약을 수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답을 반복하면서 간간이 지친 표정을 보였다.
與, 조세불복 소송…野, 지방재정 우려 쏟아내
지하경제 양성화와 기초연금 등 굵직한 이슈를 제외하면 여당은 조세불복 소송에 따른 국세청의 패소율을, 야당은 지방재정 악화 문제에 중점을 두고 시간을 할애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국세청이 1심과 2심, 연속으로 패소한 비용 6257억원을 장기충당부채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은 "국세청 소송 수행비용 예산은 25억원인데, 소송이 여러 개가 진행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며 "2008년~2012년 변호사 선임사건 패소율이 40~66%다. 중요한 사건에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해 놓고 패소율이 40%라는 것"이라고 문제를 삼았다.
김 국세청장은 "새로운 과세쟁점과 국제금융거래와 관련된 고액 불복사건이 늘어나는데 이유가 있다"며 "변호사에 대한 실적관리는 하고 있다. 다만 승소를 하려면 과세요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소송과정에서의 논리나 변호사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으로 인한 지방재정이 심각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지방재정 건전화 대책으로 중앙정부가 연 5조원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런 형태로 가면 지방재정 악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따졌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은 "전라남도에 노령인구가 가장 많은 올해 기초노령연금으로 544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초연금으로 1100억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이것이 지방재정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라고 힘을 보탰다.
현 부총리는 "경기가 활성화 돼 세수가 커지면 교부세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파이를 키워서 나눠야 한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급한 것은 보전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