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세수가 걷히면서 논란 속에 처음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가 마무리됐다. 당초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기획재정부)는 약 1000억원 수준의 세수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세수의 2배에 가까운 1859억원이 자진납부됐다.
예상세수 이상의 세수가 징수됐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만큼 세금으로 규제해야 할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정부 추산치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개인이 납부하는 세금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의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중소기업들이 신고대상에 많이 포함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속 기업의 형태를 나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국세청 집계결과 지난 12월 말 현재 44만7000개 법인 중 1.4%인 6400개 법인이 과세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기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주주 1만324명(당초 신고대상자 1만658명)이 증여세를 자진신고납부했다.
6400개 법인 중 소위 재벌그룹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은 177개 법인(전체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 1만5000개 중 11.8%)이었고 이 법인에 속한 주주 154명(전체 신고자의 1.5%)이 전체 납부세액의 43.1%를 차지하는 801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아울러 전체 일반법인 8만8000개 중 1.7%인 1507개 일반법인 소속 주주 2332명(전체 신고자의 22.6%)이 전체 납부세액의 41.7%인 776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논란이 됐던 중소기업법인은 전체 중소기업 35만8000개 중 1.2%인 4405개 법인이 과세대상에 속했고, 이들 법인과 연관된 주주 7838명(전체 신고자의 75.9%)이 282억원(전체 납부세액의 15.2%)의 세금을 자진 신고납부했다.
중소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의 유탄을 맞았다며 아우성을 쳤지만 실제로 과세대상자만 많았을 뿐, 실제로 세수에 기여한 정도와 평균 납세액(1인당 400만원 수준)은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최근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아예 제외하는 정치권의 입법동향과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장(중소기업 제외 반대)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현재 제도의 틀과 현상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할 때 내년부터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은 줄어들고 세액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여세 과세계산법이 달라지면서 재벌그룹 소속 주주들을 중심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의 액수가 늘어난다.
현재 증여세 계산법은 세후영업이익×(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30%)×(주식보유비율-3%)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증여의제이익)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에서 공제하는 비율이 30%에서 15%로 낮아진다. 즉 올해와 같은 조건에서 특정 개인이 내야할 세액이 15%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대상자는 상당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요건을 완화(지배주주 지분율 3% 초과→중소기업 5%,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 30% 초과→중소기업 50%)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세법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중소기업 최대주주 지분율이 평균 53% 정도라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국세청 집계결과 올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 중소기업법인의 평균 특수관계법인간 거래비율은 69.7%였고 평균 주식보유비율도 40.4%였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대상 중소기업법인 중 지분율이 90%, 100%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많았고 이들을 포함한 평균값을 내다보니 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중소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과세대상에서 빠져나가는 중소기업 및 주주의 숫자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 자체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올해 처음 과세된 부분에 대한 위헌논란(이중과세)이 여전히 잠재해 있고, 실제 세금이 납부됐다는 측면에서 과세대상자들의 '과세불복'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펌 등에서도 치열한 불복업무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의 입법동향도 영향을 미칠 소지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제외하는 입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는 기재부가 마련한 제도 완화 방안을 뛰어넘는 파격적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큰 폭의 제도 후퇴도 예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