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국세청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14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3회 스가타(SGATAR) 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16개국 국세청장들이 3박4일 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내놓은 결실은 스가타 43년 역사에서 최초로 합의된 '스가타 선언문(SGATAR Communique)'이었다. 단순히 선언문만 채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가타 선언문의 핵심 뼈대는 현재 우리나라 국세청뿐만 아니라 각국 국세청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체제 강화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역외탈세 차단은 스가타 회원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 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이며, 지하경제 양성화 또한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16개 스가타 회원국 국세청장들이 이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는 합의를 명문화하고 실제로 '액션플랜'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지금 당장 성과물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질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역외탈세 문제와 지하경제 양성화 부분에서 타국에 전수할 만한 고도의 경험과 과세기술, 과세인프라를 구축한 나라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간 공동의 대응체계 구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역외탈세 자체가 국경을 넘나들고, 각 국의 각기 다른 조세체계의 빈틈을 파고들어 은밀히 진행된다는 점에서 국가간 원활하고 신속한 '정보교환'은 필수적으로 깔아야 할 인프라다.
아직 '합의(정보교환 협조, 자동정보교환 촉진 방안 등 검토)' 수준이지만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제 행동이 현실화된다면 괄목할 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 문제에 속한다.
역외탈세 성지(聖地)로 군림해온 홍콩과 싱가포르 등 국가들로부터 원활한 정보교환 루트를 뚫을 수 있는 초석을 깔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이번 스가타 회의를 통해 상대적으로 큰 성과물을 얻어낸 것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얼마나 실효성 있고 적시성이 있는 액션플랜이 만들어지고 실행되느냐다.
단순히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교환 등에 있어서는 각 국가별로 조세조약 및 제도, 행정 등 환경 자체가 통일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별 특성에 맞게끔 체제를 정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가타 선언문에는 각종 추진과제 및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기구 구성이 담겼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아 '스가타 발전 T/F 운영위원회(상설사무국)'를 설치, 이번 스가타 선언문에 담긴 과제들을 구체화할 방안을 연구 검토해 내년 호주에서 개최되는 제44회 스가타 회의에서 보고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