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진행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실효성과 정부가 목표한 세수목표치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에서 국감을 진행,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확보, 역외탈세 등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국세청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에만 2조7000억원, 5년간 27조2000억원의 세입을 확보해야 하지만 국세청은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다"며 "특히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해야 할 18조원(5년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세청은 숨은 세원 발굴을 통해 12조36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9845억원을 추징했다.
하지만 올해 신설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과제를 보면 대기업·대자산가 사범 등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기존 사업과 중복돼 9845억원이 순수한 추가 확보액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 역시 국세청이 '숨김재산무한추적팀'을 '숨김재산무한추적과'로 승격시키고 조사·징수 인력 500명을 늘린 것과 관련해 "지난 5년간 숨은세원 발굴 추징실적 12조363억원도 단지 추징세액에 불과할 뿐, 실제 징수세액이 아니며 추징실적이 실제 세액 징수로 이어졌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단 국세청이 정작 걷을 수 있는 체납액은 걷지도 못한 채 결손처분만 늘려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한구 의원은 "캠코의 징수실적이 엉망이다. 국세청이 1조원을 위탁했는데 고작 3억원을 징수했다"며 "캠코에게는 체납액 정리가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민간 추심기관은 이게 중요한 일거리다. 열심히 하려는데다가 맡겨야 추징하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재영 의원은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겠다면서 체납액 결손처분을 늘리고 있다"며 "부산지방국세청의 경우 산하 14개 세무서가 84개 사업장을 직권으로 휴·폐업시켰다가 나중에 사업장을 정상화 했다. 결손처분율을 높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냐"라고 따졌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결손처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직원교육을 시키겠다"며 "캠코는 실적이 저조해 좀 더 정리하기가 쉬운 부분(체납액)을 지난 8월에 넘겼다. 올해 제도를 처음 시행했기 때문에 사정(상황)을 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국세청, 세수확보 위해 무리한 세무조사 지적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한 무리한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줄을 이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시중에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걷어야 하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며 "그래서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리는데 오히려 이것이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국세청이 계좌추적 현황을 보면 매년 500~1000건이 증가했다"며 "MB정부 때부터 영장없는 계좌추적이 2000건 늘었다. 세무조사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 그에 더해 영장없는 계좌추적을 하는 것도 무리한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세무행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세무조사 선정 과정을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저 기업은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란 얘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연차 씨에 대한 세무조사가 국세청 역사에 남을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김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에 착수할 때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나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며 "다만 기업들이 세무조사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후검증이 종전보다 많이 늘어나고, 국민들 입장에선 소명을 요구하는 것도 세무조사로 인식하는 부분이 커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애플'도 피해가는 법인세…역외탈세 문제 추궁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1990년대 중반에 제정된 '국제조세조정법'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역외탈세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조세조정법에서 규정한 경과세국제도는 내국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외국법인의 실제부담세율이 15% 이하인 경우로서 일정한 요건(업종, 지분율, 거래비율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과세를 하는 제도이다.
윤 의원은 "이 법이 제정될 당시의 법정법인세율 수준이 전세계적으로 30% 이상의 지역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이 인하되는 추세"라며 "현재 OECD 국가들의 법정 법인세율의 평균은 23% 수준이다. 따라서 실효세율 15% 수준을 조세피난처의 기준으로 유지하기는 적절치 않고 10% 수준으로 하향조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실태를 지적, "2011년 1409개 해외법인 중 51%가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다"며 "이 중 1조원 이상 매출액을 올린 7개 법인도 납부실적이 없다. 무형자산에 대한 이전가격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한국에 제품을 수출할 때 면세국인 아일랜드 소재 관계사인 ASI와 기술도입계약에 대한 재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