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세무조사․체납정리․TK편중 인사 '폭풍설전'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국세청의 무리한 세무조사와 세금체납문제, TK(대구·경북) 출신 인사 편중 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국세청에 대한 국감은 정쟁보다는 정책국감에 치중하는 모습이 짙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이날 서울 수송동 국세청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참석해 "세무조사 강도가 지나치게 높고, 빈도가 잦아 불경기에 국세청이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여론이 많다. 투자를 위축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 역시 "시중에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걷어야 하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며 "그래서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리는데 오히려 이것이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이와 관련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때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나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신규투자 우려나 현금거래 증가 부분은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요소도 있다. 세정을 집행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김현미 의원은 세무조사 선정기준과 관련해 공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요구했다.

문 의원은 "국민들이 국세행정을 불신하는 이유가 세무조사를 자의적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했던 과거 사례들 때문"이라며 "세무조사를 공정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세무조사 선정 대상 기준을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사무처리 규정을 보면 세무조사가 5년 주기로 순환하는데 K사는 4년 만에, H사는 3년 만에 조사를 받았다"며 "특별조사라는 것이 알려지면 주식이 폭락하는데 세무조사를 하는 근거를 공개해야 국민이 신뢰를 하지 않겠냐. 세무조사 선정 심의위원회는 기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세청장은 "세무조사 절차를 법제화하면 세정운영상 어려움이 있다"며 "세무조사는 사안에 따라 조사방법과 내용들이 차이가 있다. 세무조사는 탄력적인 운영도 필요하다"고 문 의원의 제안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만 "일반 국민들이 세무조사를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이해하도록 그런 부분들이 부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있는 것이나 잘해!"…체납액 결손처분 '질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확보 대책과 관련, 여야 의원들은 새로운 것을 발굴하기 전에 체납액에 대한 결손처분이 늘어난 것부터 해결하라고 질타했다.

소위 '있는 것부터 잘하라'는 주문이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겠다면서 체납액 결손처분을 늘리고 있다"며 "부산지방국세청의 경우 산하 14개 세무서가 84개 사업장을 직권으로 휴·폐업시켰다가 나중에 사업장을 정상화했다. 결손처분율을 높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김 국세청장은 "이에 대해 자체점검을 실시해서 시정조치를 했다"며 "결손처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직원교육을 시키겠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고액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다"며 "숨긴재산무한추적과에 인력을 투입해 효과를 바라기 보단 다른 기관과 정보를 공유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다.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어떠냐"라고 제안했다.

김 국세청장은 "고액체납자의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강력한 수단 중에 하나"며 "체납정리 측면에서 유효하겠지만 개별사업자의 금융거래 등의 문제가 있어 일정 기준을 정하는 등 확대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상품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세 집행 측면에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연구팀을 운영해서 과세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TK 편중' 인사 '설전'…野 "조폭·최악의 인사" 맹공 

국세청 고위공무원단의 절반 이상이 TK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김 국세청장에게 "조폭·최악의 인사"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하며 책임 질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6급 직원 중 정년 5년 미만, 5급 직원 중 정년 4급 미만자를 승진에서 배제하는 규정이 있느냐"라며 "전임 청장(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임시절부터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로 이는 명백한 공무원법 위반이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고령자) 승진에서 배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국세청이 TK(대구경북)출신들의 근거지 같다"고 전제한 뒤 "고위공직자들의 41%가 TK출신이다. 어느 정부 부처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국세청은 정말 조폭 같은 인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김 국세청장이 책임질 수 있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 국세청장은 "특정지역을 의식해 인사를 한 것은 단언컨대 아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후보군이 형성된 측면이 있고 향후 고위직에 진입하게 될 본청 과장급들은 그렇지 않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구조"라고 답했다.
 
하지만 오후 질의에서 같은 당 이낙연 의원이 "최악의 인사"라거나 "무엇을 보고 인사청문회 때 김 국세청장을 좋게 평가했는지 후회가 된다라는 원색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광주지방국세청을 제외하고 지방국세청은 모두 대구와 경북 출신 인사가 청장이다. 지독한 편중 인사가 아니냐"라며 "국세청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김 국세청장은 "이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악의 인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1급 승진 후보군이 경력이나 역량, 그동안의 보직이력 등을 감안할 때 (지역편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대의 관심사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시공사 대표 전재국 씨가 기재위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전 씨는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남겨놓은 돈이 있었다.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정치 관련 인사들의 계좌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계좌를 옮기길 바란단 얘기를 듣고 아랍은행을 소개 받았다"며 "깊은 생각없이 (페이퍼컴퍼니 설립) 서류에 사인을 했다.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