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상호금융조합(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대표들에게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최근 들어 피싱사기범들이 상대적으로 내부통제가 취약한 상호금융조합을 통해 개설한 대포통장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당국차원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수현 원장은 22일 서울 광진구 소재 중앙농업협동조합을 방문, 10개 상호금융조합장 및 서민금융 담당 임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날 그는 "최근 피싱 사기범들이 상호금융조합을 통해 통장 발급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예금통장 개설시 신청인에게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설명하고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징구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피싱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3만6000건 중 44.5%에 달하는 1만6000건이 농협회원조합을 통해 발급됐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을 통해 발급된 대포통장은 8544개로 전체의 23.5%를 차지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농협과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맺고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이 자체 감사조직을 만들어 (대포통장 개설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것과 계좌를 만들 때 차주의 목적을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MOU내용을 잘 지키고 있는지 매 분기 단위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상호금융업의 건전경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최 원장은 "그간 상호금융의 자산규모가 크게 성장해 조합의 건전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면서 "이에 따라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기능을 탄탄히 하고 외부감사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등 경영 투명성과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조합은 1인 1표제 및 소액출자의 특성상 경영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사회의 독립성 및 기능을 강화하고 신용사업 부문 담당 임원 등의 전문성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