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해지 계약도 설계사에 수수료 돌려 받아
교보생명 등 11개 생보사에 불공정 약관 포함
보험사들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보험설계사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부당 환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보험해지 건에 대해서도 설계사에게 100%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보험사의 업무위촉계약서 내용을 보면 '민원해지 되는 계약에 대해서는 설계사에게 기 지급된 수수료를 100% 환수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보험 민원해지는 보험가입자가 보험사나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서 해지한 경우 보험설계사의 고의, 과실 같은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설계사에게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계약서 내용이 포함된 미래에셋보험의 약관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2010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해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제출한 보험사의 위촉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교보생명을 비롯한 11개 생명보험사의 위촉계약서에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이 포함돼 있었다.
교보생명의 경우 '보험 계약이 해제 등 사유로 보험계약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지급받은 수수료 전액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고, 농협생명보험은 신계약 마감 후 청약 철회 등과 함께 민원해지를 수수료 반납 사유로 명시했다.
이외에도 동양생명, ING생명, 라이나생명, 신한생명, 알리안츠생명, ACE생명, 우리아비바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한화생명 등이 이와 유사한 약관조항을 두고 있었다.
보험설계사에게 있어 수수료는 수입과 직결된 사항으로 자신의 귀책사유도 없는 민원해지 등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환수당하게 되면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보험 해지 건수가 생명보험사의 경우 연 평균 424만7069건, 손해보험은 평균 271만874건에 달했다.
이 같은 해지 건수 중 상당수는 '민원해지'와 같이 설계사에게 100%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건수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보험모집위촉계약서에 대한 약관심사 실적은 지금까지 단 2건에 불과했다.
특수고용종사자로 노동법의 적용에서 배제돼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주 의원은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종사자들은 우리사회 대표적인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공정위는 관련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보험사의 불공정행위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영주 의원은 보험사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16일 대표 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