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신용대출 자율로 방치…'감독 사각지대' 우려 제기
보험회사의 신용대출이 꾸준히 늘지만, 이에 대한 감독 규정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허술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보험회사 신용대출의 경우 국내 대형사들 일부에서 취급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특별한 감독 규정 없이 회사 내부의 지침에 의해 영업이 행해졌다.
6일 금융감독원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신용대출을 운영하면서 자사(自社) 상품 가입자에게만 신청 자격을 허용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료 납입금을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대출(옛 약관대출)을 운영한다. 따라서 신용대출 자격 요건에 보험 가입 여부를 포함시키는 것은 사실상 담보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
신한생명은 최소 1년 이상 자사 상품에 보험료를 납입한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교보생명, 동양생명, 하나생명, KB생명은 1년 반 이상 자사 상품에 보혐료를 납입해야 대출 자격이 주어진다.
흥국생명의 경우 2년 이상, 현대라이프는 6개월 이상이다. NH농협생명은 가입 기간 상관 없이 자사 보험 계약이 있어야 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기존의 자사 상품에 보험료를 납입했거나 내부적으로 선정한 우량기업 소속 직장인에게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아비바생명, KDB생명, 동부생명은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생명은 유일하게 보험 가입 여부에 대출 자격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은행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차주의 신용 평가를 하는 것과 같이 리스크 관리 차원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반 고객에 대해 차별을 할 뿐 아니라 은행권 대출을 신청할 수 없는 저소득층 및 신용 등급이 낮은 계층의 경우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마저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나 신용 등급에 의해 심사를 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이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회사 신용대출 잔액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내부 규율을 운영하지만 신용 평가를 이유로 가입 여부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회사 신용대출은 그 규모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8월 보험회사 신용대출은 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8%, 1년 전과 비교하면 10.2% 크게 늘었다.
최근 1년 동안 추이를 살펴봐도 지난해 9월 4조7000억원에서 12월 4조8000억원, 올해 6월 5조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영업 방식에 대해 당국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이 신용대출을 운영하는 것은 알지만 기존의 고객에게만 신청 자격을 주는 지는 몰랐다"며 "문제가 있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워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보험 가입자 대출은 당국에서 강력하게 단속하는 '대출 이후 보험 가입', 일명 꺾기를 역으로 피하기 위한 편법이 되기도 한다.
보험회사에서 신용대출 상담을 받은 한 직장인은 "가입자만 대출이 된다고 해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금융감독원 규정상 2~3개월이 지나야 단속을 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출을 빌미로 금융 상품에 강제 가입시키는 꺾기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지만, 결국 보험사들은 당국의 눈을 피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부당 영업을 자행하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회사 입장에서 신용대출은 자산 운용 방법 중 하나이다. 담보가 없으니 내부 정보 활용에 동의한 기존의 가입자만 대출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반은행과 달리 보험회사 신용대출이 자유로운 규율에 맡겨지고 있어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도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