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도입을 앞두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 9'이 본격 시행되면 기업의 재무제표상 순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금융기관에 적색경고등이 켜졌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금융상품 분류 및 측정의 체계를 단순화, 앞으로 대출채권·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보유한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수익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IFRS 9 도입 예정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회계기준의 변경 자체가 금융기관의 실질적 수익 창출 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회계상 순이익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상진 전략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지분증권을 매각할 때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현행 회계기준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낮게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대손실모델에 의해 미래예상손실을 추정, 이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순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금융권의 지속성장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이 같은 변화는 은행들의 자본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도 커진다.
박 연구원은 "IFRS 9 회계기준은 신용도 악화를 기준으로 여신을 구분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대손실모형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커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IFRS 9에 따르면 기존의 금융상품 분류 및 측정이 1단계(금융자산 분류·측정)와 2단계(손상)로 나뉜다. 금융자산을 당기손익인식과 매도 가능, 만기보유 금융자산, 대여금 및 수취채권 4개로 분류하지 않고 '공정가치 측정과 상각후원가 측정' 2개로 압축하는 것.
기업들은 기존의 기타포괄손익(OCI) 계정에 존재한 평가이익을 매각할 때 당기손익으로 두지 않고 이익잉여금으로 계리, 과거와 같이 매도가능 유가증권의 선별적 처분을 통해서 당기순이익 조정을 할 수 없다.
특히 보험회사의 경우 현재 장기투자채권 대신 안정적 성향의 배당주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IFRS 9 도입 이후 배당수익을 배당하지 않고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면서 사내에 유보하면 재무제표 정보 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올해 7월 금융감독원은 신용도 악화를 기준으로 여신을 구분할 경우 '투자등급' 기업이 대출을 했다가 신용도가 악화되면 기존의 '투기등급' 기업과 비교해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도 이전 향후 1년의 예상손실을, 부도 이후 대출 기간 전체의 예상손실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는 안(案)을 국제회계기준위에 제안한 상태다.
앞서 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의해 2005년 첫 도입, 유럽연합(EU) 25개국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먼저 시행된 뒤 한국에서는 2011년 이후 상장기업에 의무 적용시키고 있다.
IFRS는 공정가치평가를 통해서 유용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순기능이 가장 큰 장점이나, 경기과열기 회계상 자산 버블(bubble)을 야기하고 경기침체기 때에는 자산가치를 하락시켜 비판을 받아 왔다.
박 연구원은 "회계상의 복잡성을 감소시켜 정보 이용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공정가치평가의 유용성을 증대시키면서 회계 시스템이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는 것을 최소화하는 게 IFRS 9의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