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여파… 가격인하 식품들 승승장구
맛과 품질은 물론 착한가격의 3박자를 갖춘 '착한 식품'들이 불황으로 씀씀이가 줄어든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잠잠하던 식음료 제품가격이 최근 우유값 인상을 계기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발효유, 치즈 등 가공유제품,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고 다른 업체들도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살피며 적당한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을 인하하거나 인상요인을 자체 흡수하고 출고가를 동결하는 등 착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은 맛과 품질에서도 오랜 기간 검증을 받아온 터라 더욱 인기다.
♦ 동서식품, 커피 품목별 5~10% 인하... ‘카누’ 판매액 51% 증가
동서식품은 지난 9월 초 커피가격을 품목별로 5~10% 인하했다. 당시 동서식품은 원두 국제시세의 하향 안정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침체된 커피 수요 진작을 위한 조치라고 인하배경을 설명했다.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으니 가격 인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원자재 값이 오를땐 제품값을 즉각 인상하고 내릴땐 제품값 인하를 외면하거나 찔끔 인하하던 식음료업체들의 관행과 비교하면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남양유업 등 경쟁사들이 제품값을 인하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학생 김 모양(22)은 “커피 값은 항상 오르는 줄만 알았는데 동서식품에서 커피 값을 인하해 의아했다”며 “대학 3년 내내 즐겨온 커피전문점 커피를 카누로 바꿔 마셔보니 맛도 좋고 커피 전문점 한잔 값에 10잔 이상 마실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 ‘카누’는 따뜻한 물과 커피 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지난 2011년 10월에 처음 출시돼 맛과 품질,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C닐슨은 지난 9월까지 카누의 누적판매 금액은 955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630억원 보다 5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소비침체 현상에도 불구하고 인기다.
카누의 인기는 경쟁 제품인 남양유업 ‘루카’와 시장점유율 추이를 비교하면 더 명확해진다. 지난 5월 73.0%였던 시장점유율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9월엔 78.1%를 기록했다. 반면에 ‘루카’는 같은 기간 11.9%에서 9월엔 9.1%로 떨어져 점유율 격차가 지난 5월 61.1%에서 9월 69%로 7.9%포인트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 루카와의 점유율 격차 확대는 카누의 제품가격 인하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 한국야쿠르트, 인상요인 자체 흡수... 발효유 가격 동결
지난 9월 우유 가격 인상의 여파가 가공유제품에 이어 과자 값 인상으로 번져가다가 이달에는 아이스크림 값 인상으로 이어져 식음료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발효유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릴 경우 업계 전반에 끼칠 영향과 서민 물가안정 등을 고려해 약 5~8%의 발효유 가격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떠안기로 했다”고 동결사유를 밝혔다.
불황의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과 고통을 나누는 착한 가격정책에 소비자들도 화답,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제품들은 꾸준한 매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발효유는 장에 좋다는 상식을 깨버린 제품이다. 지난 2000년 첫 선을 보인 ‘윌’은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의 기술력과 위뿐 아니라 장까지 효능을 확대 시키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며 인기를 지속중이다.
특히 서울대 병원 김나영 교수팀이 진행한 위염환자 대상 임상실험에서 기존 항생제만 투여한 경우에 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억제효과가 8.6% 더 높은 것으로 확인돼 윌의 효능이 입증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윌’의 매출은 2007년 2300억원에서 지난해 2600억원으로 약 13% 증가한데 이어 올해는 100억원 순증한 2700억원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건강하고 깨끗한 아기의 장에서 선별한 7가지 양질의 프로바이오틱스 1000억 유산균을 담고 있는 차세대 액상발효유 '7even’도 지난해 10월 출시 1년 만에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차세대 간판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선 단일 브랜드로 1000억 매출을 달성하면 메가 브랜드로 분류된다”며 “한국야쿠르트의 간판 제품들이 맛과 품질은 물론, 착한 가격 정책까지 펼치고 있어 소비자들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