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 금지시켰던 공매도 시장활력 위해 부활
"선진 자본시장 가는 단계…공매도 공시 등은 강화"
정부가 금융회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해제한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로 내리면 다시 매수해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 주식시장이 침체된 때에는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하면서 투기를 유발하고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를 유인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부터 금융주 공매도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주 공매도를 금지시킨 바 있다.
현행법상 공매도는 결제 대상 증권을 미리 차입해 소유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한다. 예컨대 주가가 2만원인 회사의 주식을 차입해 판 뒤 1만원으로 하락하면 이 때 주식을 되사 차입 증권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서태종 자본시장국장은 "올해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이 비교적 안정되고 있어 자본시장 활력을 위해서 공매도를 허용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에 대해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는데, 이를 개선시키는 것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 정부와 금융 당국은 투자자들이 종목별 공매도 잔고를 공시하도록 해 관리와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매도 잔고가 발행주식의 0.5%를 넘으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후 0.1% 이상 증가하거나 감소해도 마찬가지다. 만일 이를 어기면 정정 명령이 내려지거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1억원 미만의 소액 공매도는 보고 대상에서 제외되며, 10억원 이상은 기준 비율 초과와 관계없이 공시해야 한다.
상장 주식은 전부 다 해당된다. 공매도 이후 3일(평일 기준) 안에 오전 9시까지 성명, 종목명, 보고 의무 발생일, 보유 잔고 비율 및 수량을 알려야 한다. 한국거래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공시한다.
한편, 올해 상반기 금융주 거래 대금은 하루 평균 352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9352억원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서태종 국장은 "앞으로 주식시장 상황과 연결돼야 하겠지만, 기관투자자의 거래가 상당 부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