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 은행장 연임 가능성 '솔솔'
전무이사·자회사 대표이사 각축전도 '치열'
조준희 기업은행장(사진)의 임기가 두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최대주주는 68.9%를 보유한 기획재정부이기 때문에 그동안 관례적으로 기재부나 금융위원회 출신의 관료들이 은행장을 맡아 왔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첫 내부 출신인 조 은행장의 후임으로 관료 출신의 인사가 유력했으나 임기를 채 두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 뚜렷하게 떠오르는 외부인사가 부재한 상황.
기업은행 내부 출신으로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규태 전무이사와 주영래 IBK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차기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내외 인지도 등에 있어 조 은행장의 대체 카드로 약하다는 평가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CEO 인사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청와대의 복심이 우선이다.
은행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잇따른 기재부 출신 금융권 인사에 대해 반발감이 확산되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통상 임기 만료 두달 전에는 행장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행장후보를 금융위원장에 추천하면 제청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을 하게 되는데 전혀 이 같은 일련의 은행장 추천 작업이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은행권에서 조 은행장의 연임을 점치는 이유다.
조 은행장의 장점은 최초의 내부 공채 출신 은행장의 장점을 살린 조직 장악력과 시장 친화력에 있다.
또 하회탈 같은 포근한 미소로 직원을 대하지만 일 추진에 있어서는 한치 머뭇거림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은행권의 표준모델이 된 기업은행의 근무시간 정상화, 불필요한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없애 버린 것은 직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원샷인사'(하루만에 전 임직원 인사 단행)는 조직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이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중소기업들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한 한 자리 대출금리도 박 대통령이 표방하는 중소기업 친화적 정책에 상당히 부합한다는 평가도 듣는다.
단, 맥없이 추락해 버린 실적은 고민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연결기준) 685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조273억원) 대비 33.0%가 급락한 수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한 자리수로 낮추는 등 시장친화적인 금리정책을 편 까닭도 있는 만큼 마이너스 요인만은 아니다.
평소 조 은행장은 "마음을 비웠다. 상주 촌놈이 은행장까지 해 봤으면 됐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조 은행장이 '인생의 멘토'로 여겼던 故 강권석 기업은행장처럼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주요 경영진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전무이사와 자회사 대표로 누가 갈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규태 전무이사의 후임으로 유석하, 권선주, 박춘홍, 안홍렬, 안동규 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유석하 글로벌자금시장본부 부행장과 권선주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은 오는 11월 25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이윤희 IBK캐피탈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경륜을 앞 세운 유 부행장이 유력한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권 부행장 역시 여성 대통령 시대에 국책은행 자회사의 여성 CEO라는 매리트가 있어 막판까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무이사 자리는 박춘홍 경영지원본부 부행장, 안홍렬 신탁연금본부 부행장, 안동규 마케팅본부 부행장의 3자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박춘홍 부행장은 충청지역본부장 출신으로 지역색이 강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지만 핵심부서인 인사부서의 부행장을 올해 3월에서야 맡았기 때문에 인사부서장의 연임 프리미엄을 누릴 수도 있다.
안홍렬 부행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1976년 입행 이후 검단지점장·통진지점장·검사부장 등을 맡으며 현장 영업력을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지점 및 검사파트에서 주로 업무를 해 온 관계로 대외 인지도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평이다.
안동규 부행장은 경동고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했으며 1983년 입행 이후 기업고객부장, 개인고객부장,테헤란지점장, 뉴욕지점장 등을 지냈으며, 국제적인 감각과 함께 영업 추진력도 인정 받고 있다. 최근에는 마케팅본부장으로서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던 스마트금융을 국내 정상급으로 올려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