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대통령 "매년 시정연설하러 국회 찾겠다"
싸늘한 野, '靑 경호원-강기정 충돌' 변수 부상
취임 이후 첫 시정연설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얼어붙어 있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야당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18일 국회에서 진행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야당의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도입으로 현재 국회가 정상가동되지 못하는 등 꽉 막혀있는 정국 속에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됐었다.
대부분은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거나 혹은 언급하더라도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예상을 깨고 야당의 요구에 대해 진일보한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준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여야가 합의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이 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첫 해만 제외하고는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대독시킨 관행을 벗어나 남은 임기동안에도 매년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 등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겠단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야당과의 교류 채널이 없다거나 정치 협상 부재 등으로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시정연설을 계기로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박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한 것도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전에 없이 소통과 화합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활성화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등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국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측한만큼, 법안 통과가 하루빨리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뿐더러 내년도 예산안 역시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 아니냐는 평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비교적 차분하고 냉철한 분위기의 파란색 옷을 입어 예산안의 당위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면서도 파란색이 민주당의 상징색이라는 점에서 야당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날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후 청와대 경호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 청와대가 강 의원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짐에 따라 차후 이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