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일정이 본격 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온 입법안들에 대한 국회 기재위 입법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가 공개됐다.
입법검토보고서는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로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 보고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요 쟁점법안들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1)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근로소득공제율 축소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방안이 담긴 법안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부자감세 철회'를 기치로 내세운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해당 입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입법안 발의자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다. 현재 3억원 초과·세율 38%로 돼 있는 구간을 세 구간으로 쪼개는 방안. 구체적으로 8800만원 이하 구간까지는 현행과 같고 8800만~1억5000만원 이하 구간 세율 35%, 1억5000만~5억원 구간 40%, 5억원 초과 4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와 연계해 고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율 축소방안도 담겨있다.
현행 총 급여 4500만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5% 공제율을 세분화 해 4500만~1억원 구간에는 5%, 1억~1억5000만원 3%, 1억5000만원 초과 1%로 공제한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4500만원 초과분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를 아예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조세수입이 늘어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근로의욕과 저축의욕을 저해하고 고소득자의 역외탈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세율인상에 따른 세수확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 제고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세율인상에 앞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한 과세기반 확충 노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세입여건 악화와 국세청의 FIU 정보공유 범위 축소 등을 고려하면 비과세·감면과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는 재원 마련이 곤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세율인상 등을 통한 증세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고소득자만을 타겟화한 야당의 입법안과 달리 각 소득계층별로 전반적인 근로소득공제율 조정을 골자로 한 정부의 입법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과세기반 강화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총 급여 500만원 이하분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율을 현행 80%에서 70%로 줄이고 500만~1500만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50%에서 40%로 줄인다. 3000만~4500만원 이하분에 대해선 10%에서 15%로 인상하는 한편 1억원 초과분 공제율은 5%에서 2%로 낮춘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총 급여 500만원 이하에 대해선 현행 공제율 80%를 60%로 500만~1500만원 이하분에 대해선 50%에서 40%로 축소하고 1인당 기본공제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전문위원실은 "2011년 기준 근로소득자의 36%가 근로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개정안은 과세기반을 강화하고, 고소득자의 세감면을 축소해 세부담의 형평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의료비 등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
의료비와 교육비 등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정부의 입법안과 관련, 서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전문위원실은 대체적으로 찬성쪽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가 발의한 특별공제제도 등의 세액공제전환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은 총 급여 3% 초과금액, 한도 700만원의 의료비 소득공제와 대학생 900만원·고등학생 300만원 한도의 교육비 소득공제 등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부금 소득공제(한도 소득금액 100%)와 보장성보험료 소득공제(한도 100만원), 표준공제(근로자 100만원, 사업자 60만원), 연금계좌납입(한도 400만원)도 세액공제로 전환한다.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의 공제율은 15%로 전환되며 (기부금액 3000만원 초과분은 30%) 연금계좌납입과 보장성보험료 공제율은 12%다. 표준세액공제는 근로자 12만원, 사업자 7만원.
전문위원실은 "의료비와 교육비 소득공제는 노동력 유지를 위한 필요경비이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달리 근로소득에 대한 개산공제 제도인 근로소득공제를 운영하고 있어 필수경비는 이를 통해 공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비, 교육비 지출의 경우 기부금, 보험료 등 다른 소득공제 지출항목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비재량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큰 지출항목"이라며 "세액공제로 전환하더라도 의료·교육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배우자가 없고 부양가족이 있는 여성세대주나 배우자가 있는 여성에게 연 50만원씩 공제해주던 부녀자 공제의 소득요건을 신설(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하는 정부 입법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전문위원실은 "부녀자 공제의 당초 도입취지가 맞벌이 가구 여성근로자의 세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취지임을 감안할 때, 부녀자공제 적용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자녀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 자녀장려세제 도입
자녀 관련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고 자녀장려세제가 도입되는 것과 관련, 전문위원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 입법안에 따르면 6세 이하 자녀 1명당 100만원, 출생·입양·위탁아동 공제(1명당 200만원), 다자녀 추가공제(자녀 2명 100만원, 자녀 2명 초과 1명당 200만원) 등 현행 소득공제를 자녀 1~2명일 경우 1명당 15만원, 자녀 2명 초과 1명당 20만원인 세액공제로 전환한다.
2015년 도입 예정인 자녀장려금(CTC)을 지급받는 사람은 공제대상에서 원천 제외한다.
전문위원실은 "6세 이하 자녀양육비 공제와 출생·입양공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는 자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녀 수에 따라 공제액이 결정되는 방식을 택했다. 다자녀추가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최저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입양이나 가정위탁으로 보호되는 비율도 낮아지고 있어 출산 및 입양 활성화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출산과 입양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가 발의한 자녀장려세제(CTC: Child Tax Credit) 도입 법안은 총 소득 4000만원 미만으로서 무주택 또는 1주택이거나 재산요건이 1억4000만원 미만 조건을 만족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자녀 1명당 최대 50만원의 자녀장려금 지급하는 내용이다.
전문위원실은 "소득수준이 낮아 납부세액이 소액이거나 없는 가계에도 직접적인 양육비 경감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저소득가계에 지급되는 자녀양육지원금 도입을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양육지원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자녀장려세제는 근로장려세제보다 완화된 총소득기준이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재산요건은 근로장려세제와 동일한 1억4000만원이 적용, 재산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발의한 근로장려세제 확대 법안과 관련해 전문위원실은 "맞벌이 가구에 유리하게 근로장려세제를 설계하는 것은 홑벌이 가구보다 맞벌이 가족가구가 자녀부양비용 등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부양자녀 수에 따라 총소득기준 및 지급액을 차등적용하던 것을 결혼여부 및 맞벌이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하며 최대 지급액을 70만~200만원에서 70만~21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다.
(4)종교인 과세,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와 관련,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이지만 세부내용에 있어서는 입장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종교인 소득 과세근거 신설 법안을 보면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며 원천징수의무 불이행시에 해당 종교인이 직접 신고·납부의무 부담한다. 또한 종교인 소득에 대해 80%의 필요경비를 인정한다.
법안 신설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찬성입장을 냈지만 "일부 고소득 종교인의 경우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80%의 필요경비율을 적용받게 됨에 따라 동일한 소득수준의 근로소득자에 비해 세부담이 크게 낮아지므로 이에 대한 보완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밖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에서 10%로 하향조정하는 정부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라는 정책목표가 달성돼 조세지원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세부담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므로 공제율 축소시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간 과세형평성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