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IFRS를 회계기준에 적용할 때마다 애매한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닐 뿐 아니라 기존 사례들도 턱 없이 부족해 현직 회계사들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애매한 상황으로 인해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하지만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에 <조세일보>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난제들을 회계감리제도와 관련된 판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현직 회계사들은 재무제표 주석에 어떤 사항을 넣어야 하고, 또 넣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점은 베테랑 회계사 A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몇 년 전 그는 어떤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이 기업이 약 15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연대보증이 합법적인 수단이었지만, A씨는 보증약정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합의서 내용은 회사 대표 B가 채권자 44명을 대표해 작성한 것인데 B씨는 개별 채권자들로부터 합의서 작성에 관한 위임을 받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법상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만 이와 관련된 이사회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A씨는 해석상 무효인 보증의 경우까지 주석에 기재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 재무제표 작성을 그대로 마쳤습니다.
문제는 몇 달 후에 발생했습니다. 주석 기재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출두할 일이 생긴 것입니다.
A씨는 연대보증약정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주석 기재의무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의 결정은 그와 달랐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을 통해 "기업회계는 경제적 관점에서 회사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해 투자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면서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한 이상 이를 회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기업회계기준서 제17호에는 타인에게 제공한 지급보증 또는 그와 유사한 보증의 경우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자원의 유출가능성이 거의 없더라도 그 내용을 주석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연대보증금액이 회사의 자기자본의 1.5배 이상의 거액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회계사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연대보증의 사실과 그로 인한 법적 분쟁 가능성 등의 내용을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 판단입니다. (서울행정법원 2013.1.29. 선고 2012구합20557 판결)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을 안 거쳤다고 주석 기재를 하지 않는 것은 상대적 무효사유지 절대적 무효사유가 아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는 이상 기재를 해야한다"며 회계사들의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