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걸쳐 이뤄진 대형 비리 사건에 내부통제 '도마 위'
과거 부실에 발목 잡히며 현 경영진에게도 상당한 부담줄 듯
국민은행이 이건호 은행장 체제를 출범시킨지 100일여만에 각종 부실·비리가 연이어 터지며 당혹감을 주고 있다.
터지는 사건마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대형사건이어서 내부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25일 국민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본점 직원들이 위조 국민주택채권을 팔아 9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지난 19일 영업점의 제보와 본부차원의 자체 조사 결과 발각됐다.
현재 국민은행은 관련 직원을 즉시 검찰에 고소 조치하는 동시에 내부 조사를 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해당 직원이 위조한 후 친분관계가 있는 직원을 이용해 지급제시하는 수법을 썼으며, 현재까지 파악된 사고금액은 약 90억원 정도로 이중 50억원 가량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측은 지금까지 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행위자가 본부 국민주택채권 주무담당자로서 치밀한 계획 하에 영업점 창구직원을 이용하거나 협력을 받아 처리해 사고 인지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주무담당자와 영업점 창구직원의 치밀한 계획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포천I지점의 이모(48) 지점장이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의 돈 38억5000만원 중 일부를 횡령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내부 상시감시시스템이 이를 막아 내지 못했었다.
해당 지점장은 국민은행의 우수 지점장으로 VIP 고객의 재산관리를 도맡아 왔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국민은행은 내부통제시스템을 대폭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유야무야 해당 사건은 파묻혔다.
하지만 불과 1년여만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본점 내부통제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은 몇년간 묵혀 있던 부실·비리 사건들이 마치 판도라 상자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듯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도쿄지점에서는 1700억원의 부당대출이 집행되고 수십억원의 대출 리베이트를 받아 이를 한국으로 송금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카자흐스탄에서 인수한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은 자금세탁 혐의로 1개월 영업정지가 내려졌다. 또 해외 법인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부실·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에 대해 어윤대 전 KB금융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의 책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충분히 리스크를 체크했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건들이 경영진이 물러나자마자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데 대해 현재 직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상당하다"고 "이 부분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KB금융지주와 은행을 맡게 된 새로운 경영진인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도 잇따라 터지는 부실·비리 문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부실·비리 사건이 이어지며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를 동시에 3건이나 받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
새 경영진은 국민은행 내부통제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선은 물론 조직 장악력의 부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안게 됐으며, 이와 별도로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라 기관 징계 등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도쿄지점 비자금, 보증부대출 가산금리 부과,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등 지금 나와있는 의혹들에 대해서 모두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베이징 인사와 관련 1년이 멀다하고 바뀌다 보니 신뢰도가 떨어져 임기를 오래 가져가라는 식으로 지도를 했고 국민은행 측은 행장에게 공문이 전달 안 됐다고 답변을 했는데 이 부분도 나중에 확인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