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국정원 예산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기재부 소관 일반 예비비 1조5000억원 중 국가정보원의 예산이 얼마가 포함됐는지 질의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한다"라는 짤막히 대답하며 정확한 예산액을 밝히지 않았다.
문 의원은 "예산회계특례법과 국정원법에 의하면 예산의 세부내역은 밝히지 안더라도 총액으로는 밝히게 돼 있다"며 "기재부 소관 예비비는 총액으로 관리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예산 결산 시에 그렇게 한다"라고 버텼고 문 의원은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총액을 밝혀야 한다. 밝히지 못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국정원 소관 예산은 총액으로 하는 것이 맞고 예비비에 포함된 예산은 예산을 편성할 때 공개하지 않고 정보위 심사가 통과되면 우리(기재부)에게 공개가 된다"며 "대외적으로 공개할 때 국가안보상 여러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화가 난 문 의원은 "정보위 소속 의원들도 국정원 예산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기재위는 (기재부 예비비에 속한 국정원의 예산을) 알지도 못한 채 예산 심사를 해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현 부총리는 "그것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대답을 반복하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 의원은 "어느 나라도 국정원의 예산을 이 부처, 저 부처에 묻어서 편성한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고 현 부총리는 "여러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문 의원은 "수준있는 나라들, 선진국들 가운데 그런 나라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 부총리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가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