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하자 정부의 노후 대비 금융정책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보호 한도를 확대, 현행 일반예금과 공동으로 5000만원까지 보장하던 것을 별도 분리시킨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퇴직연금과 일반예금의 원리금을 합해 5000만원까지 보장했으나 이를 각각 나눠 총 1억원까지 보호한다는 취지이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퇴직연금 보호 한도를 일반 예금과 분리했고, 연금의 성격이 노후 설계를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예상되고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역할, 즉 채권과 펀드 등 다양한 실적 배당 상품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은 침체돼 있는 주식시장을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퇴직연금은 지난 2005년 한국에 도입,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이 상당수이다.
종업원 수 500인 이상의 대기업 가입률은 100%에 가깝지만 30인 미만 소기업의 경우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이 가입 후 근로자가 은퇴하면 매달 연금 형식으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근로자가 연봉의 12분의1을 해마다 납입하면서 직접 금융 상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이직한 근로자나 계약직이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정부에서 보장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사회 안전망이며 고령화가 빨라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별도의 보호를 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지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퇴직연금 이자가 물가 인상률에 못 미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이 발생하면서 실제로 은퇴 이후 받을 수 있는 연금 액수는 기대보다 훨씬 더 못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퇴직연금은 현재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기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 즉 예금과 보험에 적립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선진국과 반대되는 현상이다"며 "안전하다고 예금통장에만 넣어두는 건 창고 보관과 다름없다. 결국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조사 결과, 퇴직연금 적립금은 계속 늘어 오는 2020년에는 1인당 3167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향후 퇴직연금 의무 가입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현재 7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쌓여있는 것을 볼 때 향후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시장 선점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