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 실시간 관리 법안이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2013년 3분기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이 27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법안을 논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세청은 지난 3월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의 일환으로 현재 연 1회 제공받는 여행자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매월 제공받아 관리하는 법안(새누리당 강길부 의원 발의)을 추진했었다.
현재 여행자의 면세한도는 연 400달러이며 이 금액을 초과하면 관세 등을 내야 하지만 관세청은 한정된 인력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여행자의 휴대품을 전수검사할 수 없어 속을 끓여왔다.
관세청은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매월 1회 제공받는다면 우범 여행자를 선별해서 효과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조세소위에서 논의됐지만 당시 야당은 과세당국이 개인의 사용카드 내역을 전부 들여다보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라며 반대해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여야는 관세청이 개인정보 침해 부분의 내용을 보완하면 정기국회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뒤 법안을 조세소위에 계류시켰지만 현재 기재위에서는 법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처리하면서 야당이 의사일정 전면 중단(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정국이 급랭, 조세소위가 과거보다 2~3주 늦어지면서 법안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세청은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여행자의 신용카드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연 2만달러 이상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여행자에 대해서만 신용카드 내역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여행자의 해외 신용카드 내역 중 물품구매에만 사용된 내역만 제공을 받는 방향으로 내용을 보완해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기국회 조세소위에서 논의해야 할 조세법만 100여건이 되는 상황에서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 관리 법안은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법안 통과가 되길 바라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