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세법은 3년 이상 자경하던 농지를 팔고 1년 이내에 다른 농지(대토농지)를 구입해 다시 3년 이상을 자경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직접경작요건'을 갖추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농지를 3년 이상 가지고 있었더라도 상시경작을 하지 않거나 농작업의 1/2 이상에 자기 노동력을 투입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직접경작요건은 세법만 놓고 보면 나름 명확해 보이는 개념이지만 현실에선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일정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틈틈이 경작을 했다고 주장하는 납세자들과 이를 부인하는 과세관청 간의 다툼은 끊이지 않는 이유죠.
지금부터 소개하는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농지에서 직접 경작을 했다고 주장하는 A씨. 과연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있었을까요?
□ 과세관청 "음식점 운영하는데 농사지었다고?" = A씨는 대대로 농업에 종사하는 집안의 남편과 결혼한 여성 농업인으로, 지난 2009년 종전농지가 개설부지로 편입됨에 따라 받은 보상금으로 대토농지를 구입했습니다.
워낙 어릴 때 결혼생활을 시작한 A씨는 지난 세월 대부분을 농사를 지으며 보냈고, 새롭게 구입한 농지에서 다시 쌀농사를 지으며 영농인의 길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세법에 따라 종전농지에 대한 양도세는 감면될 것으로 알았던 A씨. 하지만 문제는 뜬금없게도 아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때문에 터졌습니다. 실제로 아들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명의가 A씨로 되어 있다는 점이 과세관청의 의심을 산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A씨가 대토농지를 취득한 후 계속해 3년 이상 자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고 농지대토에 대한 감면 적용을 부인, 양도세를 부과했습니다.
음식점은 명의만 자신일 뿐 실제로 농사를 계속 지어왔다는 A씨는 이에 즉각 불복하고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음식점은 아들이 운영, 나는 농사꾼이다" = A씨는 실제로 자신이 농사를 지었고, 이는 거래자별상품별 매출집계표, 농지 실경작에 대한 연대보증서, 농업경영체 등록 통지서 등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A씨는 "과세관청은 자의적이고 위압적인 조사로만 일관했다"고 비난하며 "2002년부터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음식점은 명의만 내 명의일 뿐 실지 운영은 아들이 하였는바, 조세특례제한법상의 대토농지 감면 요건을 부인한 처분청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세관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은 "A씨가 2002년부터 음식점을 영위하면서 꾸준히 사업소득이 있었고, A씨의 남편은 과세관청을 방문해 '2010년 위탁영농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음식점을 운영할 뿐 농사는 짓지 않았으며, 심지어 2010년에는 농사를 다른 이에게 위탁하기도 했다는 것이 과세간청의 주장.
그러면서 "농지 실경작에 대한 연대 보증서도 임의 작성된 것으로 신빙성이 없으므로 A씨가 대토농지의 농작물 경작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의 1/2이상을 자기 노동에 의해 경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자경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재조사"…= 관련법령과 사실관계 등을 종합한 심판원은 "대토농지 취득 이후 3년 이상 자경여부를 다시 확인·조사한 후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청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과세관청에 재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심판원은 우선 "A씨가 음식점이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운영은 아들이 했다고 주장하는데도, 아들의 소득 등에 대한 확인·조사가 결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0년 농사를 위탁받은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금액을 비추어 보면, B씨가 대토농지의 농사를 지었다기보다는 모내기와 탈곡 등 일부의 농작업을 도와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는 A씨와 A씨의 남편이 대토농지를 자경한 것으로 돼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청구인이 대토농지를 취득한 후 3년 이상 자경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전3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