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서 철옹성 같은 야권 연대를 뚫고 나온 반란표 가운데 한표가 5일만에 확인됐다. 인터넷신문에서 행사까지 벌어졌던 반란의 주인공은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의원. 70세(1935년생) 자민련 부총재,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6선 의원이다. 반란의 주인공으로 개혁성향의 386세대 의원들과 강단있는 중견의원을 점쳤던 여론을 뒤엎은 의외의 결과다.
김의원은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신에 따라 투표했다'며 반대표 행사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려고 할때부터 (선거법위반이)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한가하던 김의원 홈페이지(www.kimjh.info) 자유게시판이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평상시 다단계 판매 광고물만 간혹 올라오던 게시판에는 이날 '소신있는 국회의원' '진정한 의회민주주의자에게' 등 김의원의 선택을 축하하는 수백개 글들로 채워졌다. '인천나그네'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국회의원들 중에 그래도 국민이 믿을 만한 분이 계셨네요. 김종호 의원의 소신있는 모습이 그나마 희망으로 다가옵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물론 김의원의 반대표 행사와 내용 공개를 비꼬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여론이 들끓으니까 이제와서 공개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순수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충북 진천.괴산.음성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김 의원은 자민련 공천을 받지 못해 조만간 탈당할 예정이다. 이 지역구는 자민련 정우택 의원이 버티고 있다. 김 의원은 "자민련이나 열린우리당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조만간 탈당한뒤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탄핵안에 반대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야당의원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특히 개혁을 주장해온 386 의원들에게 비난이 집중됐다. 한 네티즌은 "의외로 정치노장이 소신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개혁과 진보,양심을 애기하는 소장파들의 소신은 어디에 있냐"고 비난했다.
한편 나머지 한명의 반란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세훈, 남경필, 원희룡 등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 추미애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하는 또다른 자민련 의원일 거라는 추정과 탄핵안에 부정적이었던 민국당 강숙자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두 명을 찾아라!!'라는 행사를 통해 탄핵반대 의원을 찾고 있는 인터넷신문 딴지일보는 이날 현재 민주당 이만섭,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