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 법률 상 사기 등)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구속 수감중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3회 공판에서는 2009년 당시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검찰과 구 회장 측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진행된 공판은 2009년 당시 LIG건설 경영기획팀장이었던 강 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증인심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구 회장 측 변호인은 강 씨에게 "당시 LIG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강희용 사장의 지시로 이전의 실적과 앞으로 강 사장의 실적을 명확히 하기위해 새롭게 연간이동계획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관리기준을 도입해 보고하지 않았냐"고 물었고 강 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변호인들은 강 사장이 실적 개선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어했고, 그런 점에서 회계기준과 달리 관리기준을 적용해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답변을 증인으로부터 끌어냈다.
변호인들은 특히 경영진에게 보고된 2009년 통합실적보고서에 업적보고란과 실적란의 수치가 다른 것은 검사의 주장대로 분식회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서로 적용하는 기준이 다른데서 온 수치상의 차이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회계팀에서 사용하는 재무기준과 경영기획팀이 사용한 관리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원가율의 변동 역시 같은 이유로 검사의 주장대로 분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 측은 증인이 1심과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통합실적보고서 등) 자료를 자세히 보면 지주회사에서도 LIG건설의 분식회계를 의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는데 왜 항소심에서 달라졌느냐고 따졌다.
검찰 측은 수사과정에서 증인이 스스로 회계가 이상하다고 얘기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항소심에서 달리 증언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검찰은 2009년 12월 통합실적보고서에서 관리기준과 회계기준을 함께 사용했다면 새롭게 들어온 관리기준에 대해 보고서에 취지 설명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관리기준이 실제 적용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용어에 대해서는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며 질문을 회피했다.
검찰 측은 보고서를 보면 앞의 비교대상은 관리기준인데 뒤의 비교대상은 재무기준인 이유가 무엇이냐며 비교대상이 같아야 경영진이 경영 판단을 할 것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강 씨는 경영진에서는 이미 관리기준으로 보고서가 작성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자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맞섰다.
검찰은 LIG 회계팀, 기획팀 등 4개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누구도 원가 축소에 대해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그럼에도 실적 개선 보고서의 원가 축소에 대해 기초 자료를 다 폐기한 이유가 뭔지 물었다.
검찰은 회계 전문가로 40여년을 전문가로 지내왔던 정종오 상무가 주도해 자료까지 특정해 폐기를 지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분식이 아니고 깨끗하다면 왜 기초 자료를 폐기했는지 설명해 보라고 다그쳤다.
강 씨는 자신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재판부는 관리기준과 회계기준으로 보고하면 경영진이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겠냐며 한 가지 기준으로 해야 경영판단이 설 것인데 두 가지 기준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만든 이유가 뭔지 설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강 씨는 회계기준에 대해서는 자신도 잘 모르는 부분이고, 관리기준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예측해 경영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관리기준에 따라 예상한 결과가 실제 결과와 얼마나 차이를 보였는지, 어느 기준이 현실을 더 잘 반영했는지 확인해 봤느냐고 물었지만, 강 씨는 경영기획팀에서는 해당 영업본부에서 판단한 데이터를 그대로 쓸 뿐이라며 따로 판단해 본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증인심문에 이어 오후에도 증인심문을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