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여건 고객정보 무방비 유출로 2차 피해 우려
금소원 "금융사 편들기식 솜방망이 처벌 안돼"
사상 최대 규모인 13만여건의 고객대출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따가온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13만여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해 2, 3차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거 넥슨, EBS, KT 등 기업에 적용되었던 솜방망이 과징금 처벌 등에 머물지도 주목된다.
12일 검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SC은행과 씨티은행의 고객대출정보 13만여건 유출은 은행권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는 최대 규모다.
더구나 두 은행에서 유출된 고객정보에는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는 물론 직장명, 대출액, 대출이율까지 상세하게 들어 있어 각종 금융사기나 악성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홍기채)에서 밝힌 고객대출정보 유출 방법을 보면 두 은행의 고객정보에 대한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씨티은행 박모 차장은 지난 4월 근무하는 지점 사무실에서 회사 전산망에 저장된 대출 채무자 3만4000명의 정보를 A4용지 1100여장에 출력, 대출모집인 박모 씨에게 전달했다.
또 SC은행 외주업체 직원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학선배인 대출모집인 박모 씨의 부탁을 받고 본점 사무실에서 은행 전산망에 저장된 고객 10만4000여명의 정보를 이동저장장치(USB)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고객정보를 빼돌렸다.
금융감독원이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암호화 프로그램을 강화토록 일선 금융기관에 당부하고 있지만 사실상 내부보안망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를 당한 꼴이 됐다.
이번 고객정보유출에는 두 은행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과도하게 인력을 줄인데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11일 "최근 씨티와 SC 두 은행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 때 외국계 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 관리가 이번 대형사고를 일으킨 원인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금융감독당국은 예방적 차원에서 감독 사각지대를 없애고 외국계 은행의 엉터리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며 "반복되고 있는 금융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에는 금융감독 당국의 금융사 편들기식 솜방망이 제재가 원인 중의 하나다"고 꼬집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SC은행과 씨티은행에 대한 자체 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점검을 통해 고객정보의 대량 유출 경위를 우선 규명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중징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법적인 제재 수준은 미약한 상황이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고 기업이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보호조치 의무 위반이 직접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질 경우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이를 보완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억원 이하'로 규정된 정액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의 1% 이하'의 정률 과징금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고려하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연 13만여명의 사상 초유의 고객대출정보를 유출한 두 은행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해 어떠한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