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에서 배포되는 보도자료를 확인하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때가 많다.
일명 '꺾기'로 불리는 구속성상품 15억원 어치를 판매한 은행에 3000만원, 1500억원의 부실대출을 자행한 캐피탈사에 400만원 내외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종종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정보 13만 건을 유출한 외국계은행에 대한 처벌기준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라는 사실은 금융권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기 충분하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법적으로 아직 과징금이 도입되지 않은 분야가 있다. 금융사가 잘못을 했어도 과징금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부과되는 것이 과태료인데, 일반적으로 5000만원이 상한선으로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닌 일반적인 행정제재이기 때문에 부과기준이 낮고, 금융사들의 부당이득을 환수하려면 과징금의 적용기준이 보다 넓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소관부처로서 금융법안의 재·개정 권한을 가질지라도, 제출한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하거나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들도 답답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징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침을 추진 중에 있다. 위법행위를 한 금융사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데 경징계를 내리는 것은 아니고, 제도상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봐달라"는 말을 전했다.
물론 이 같은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을 당국 관계자들이 알 필요는 있어 보인다. 소비자 피해는 뒤로한 채 '남 탓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평소 통화를 자주 나누는 교수 한 분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 영업행위가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인데, 지금 그 부분을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을 떼고 있다"면서 "지금 규정에 있는 것부터 엄격히 수사해서 위법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시그널을 금융사들에게 줘야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럴 바에는 금융감독원 내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소비자 피해를 담당하는 기관을 따로 세우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책임을 질 사람을 미리 지정해 놓아야 한다는 이 교수의 말은 뼈가 있어 보인다.
과거 대장성 장관이었던 다나카 기쿠에이는 취임연설에서 "일은 여러분이 하지만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는 한마디 말로 일본국민들은 물론 콧대 높은 엘리트 관료들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금융사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기조가 금융소비자 보호인 만큼, 당국은 현실적 한계에 체념하기에 앞서 '어찌됐든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