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정치권 개혁, 정부 기관 개혁, 공공 기관 개혁…. 끊임없이 요구되는 개혁의 물결이 한국 정치와 경제계를 휩쓸고 지나간다.
올해에는 여기에 '금융 개혁'이 더해지며 금융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지배 구조를 혁신하고 외부로부터의 감시를 강화해, 신뢰를 되찾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언이었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치 금융권의 고질병 같은 문제가 있다.
수차례 개혁을 겪고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낙하산 인사'다.
금융가가 밀집해있는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은 1년 내내 금융 노조의 낙하산 반대 집회로 시끄럽다.
최근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기업은행장 인선에서도 허경욱 전(前) 기획재정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며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정부 지분이 있는 국책은행에 관료 출신 인사가 앉는 게 무엇이 잘못됐느냐는 반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 개혁을 하겠다고 금융회사에 사외 이사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수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이미 퇴임한 관료까지 나서 한자리를 꿰차거나 뇌물 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은 공무원마저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지, 오래 전 퇴직한 관료가 또 낙하산으로 오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공무원은 정년도 없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금융감독원,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공공 기관뿐 아니라 시중은행 곳곳에 낙하산들이 넘쳐난다.
개혁의 무풍지대에 있는 '낙하산 인사'. 과연 정부는 국민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개혁을 외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