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접수되는 민원 중 상당수는 '보험금' 때문에 생긴 사연입니다.
한 해 보험회사 관련 피해를 입었다며 금감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만 수만명. 올해 상반기 민원 수는 2만1231건을 기록해 전체 민원 4만2582건 중 거의 절반(49.9%)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6월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A씨의 사연도 그렇습니다.
A씨는 고교 졸업 후 피자집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생 때 가입한 '일반상해후유장해, 교통상해후유장해' 보험 상품에 월 10만646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겨울 A씨는 피자 배달 중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오던 차량과 충돌, 흉추 골절과 척수손상에 의한 하반신마비가 됐습니다.
젊은 나이의 A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지만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3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보험금을 받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보험 가입 당시 그가 서류에 '오토바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실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학생이었던 A씨는 오토바이를 탄 적이 없지만, 알고 보니 보험약관상 계약 도중 직업 변경에 의한 사실은 보험회사에 알려야 할 의무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A씨는 터무니없이 적은 보험금을 받고는 할 수 없이 금감원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과연 금감원은 A씨의 편을 들어줬을까요.
과거 판례나 민법, 상법상 A씨는 위험에 대한 사실을 숨긴 게 다름없어 추가로 보험금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A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 2차례에 걸쳐 중간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보험회사는 A씨의 오토바이 사용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이를 고지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은 것입니다.
만일 뒤늦게 A씨가 오토바이 사용 사실을 보험회사에 신고했다면, 보험료 인상과 함께 추후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증가하게 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A씨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보험금 합의가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무려 4년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남은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보험계약 당시 방앗간을 운영하던 사람이 화물 운송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직업 변경의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삭감한 것을 인정한 일이 있습니다.(대법원 2003.6.10. 선고 2002다63312 판결, 대법원 2010.3.25. 선고 2009다91965판결 등)
상법에서도 보험계약 당시 가입자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한 달 안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안에 해지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만일 보험계약 기간 중 가입자의 직업이 바뀌면서 사고의 위험이 커졌다고 해도 이를 보험회사에 알려야 합니다. 알리지 않았을 경우 보험회사는 한 달 안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