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각종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심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세법개정안들이 뚜렷한 여야 이견으로 인해 좌초 또는 축소조정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이일드펀드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법안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하이일드펀드 투자 세제지원 법안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 법안 통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일드펀드란 신용도가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고수익·고위험 채권형 펀드로서 정부는 회사채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지원 방안을 내놨다.
정부안은 BBB등급 이하의 비우량채를 30% 이상 편입하고 펀드자산의 60% 이상을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요건이 충족되면 하이일드펀드의 배당소득을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해주는 내용.
당초 이 법안은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웅진과 동양 사태 등으로 '불똥'을 맞으면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됐다.
여야 의원들은 가뜩이나 부실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 피해가 늘어나고 세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세제지원을 해줘야하냐는 견해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소득공제 종합한도에 지정기부금을 제외하거나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재형저축 납입액 소득공제, 코넥스 투자 비과세, 뉴타운 손금산입, 설탕 잠정관세 등도 내용이 완화되거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여서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소득공제 종합한도, 지정기부금 제외 = 소득공제 종합한도 대상에서 지정기부금과 우리사주조합 출자금을 제외하는 법안도 통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기부금이란 사회복지법인, 환경보호운동단체, 종교·예술단체 등에 기부하는 기부금이며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가 소속 회사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으로 우리사주조합원인 근로자가 자사주 취득을 위해 조합에 출자하는 경우 연 400만원 한도로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하고 있다.
현행 소득공제 종합한도는 2500만원으로 지정기부금과, 우리사주조합 출자금, 보장성 보혐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청약저축,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출자, 신용카드 등이다.
개정안은 지정기부금과 우리사주조합 출자금이 소득공제 종합한도 항목으로 포함돼 있어 기부문화를 확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한도에서 이를 제외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세소위 여야 의원들은 지정기부금과 우리사주조합 출자금을 소득공제 종합한도에서 제외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판단, 지정기부금만 제외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졌다.
□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을 놓고 여야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현재 과표 1000억원 초과일 경우 16%인 최저한세율을 1%p(정성호 의원안) 인상하는 안과 2%p(최재성 의원안)을 인상하는 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6월 조세소위 때 2%p를 인상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한 바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2%p를 인상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최저한세율 인상에 부정적 입장이라 법안이 통과할지는 아직 확정짓기 어려운 상태다.
□ 재형저축 납입액 소득공제 = 재형저축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또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재형저축 납입액에 대해 연 4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를 신설하려는 내용이며 같은 당 윤호중 의원안은 연 100만원 한도 소득공제, 사용자가 재형저축을 가입한 근로자한테 납입금액 10%를 한도로 저축장려금을 지급하는 안이다.
야당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당 의원들이 이에 부정적인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 코넥스 투자 비과세 = 지난 6월 조세소위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코넥스 투자 관련 비과세 법안에 대해 야당은 여전히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이 코넥스 시장 상장 후 2년 이내인 중소기업에 신규투자하는 경우에도 벤처기업에 대한투자와 같이 주식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비과세하는 이 법안은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당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은 대개 은행대출 뿐,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세제지원을 통해 이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한다는 목적이지만 야당의 반대로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뉴타운 매몰비용 손금산입 =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통하는 이 법안은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조합·추진위원회에 사업비를 빌려줬던 건설사들이 채권을 모두 포기하는 경우, 이를 비용처리(손금산입)를 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6월 조세소위 당시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건설사들의 법인세 부담이 낮아져 세수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반대했었다. 이에 야당은 코넥스 관련 법안을 반대하며 다음 회기 때 논의하기로 했었지만 아직까지도 여야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여당에서는 건설사가 채권을 손금산입하면 조합·추진위원회에 대한 채권은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안을 발의, 맞불을 놓은 상태다. 여당은 야당의 법안대로라면 건설사들이 손금산입을 하는 과정에서 배임이 적용될까 우려해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세액공제·감면 제한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각론에 들어가서는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한 R&D 세액공제를 아예 폐지하거나(정성호 의원안) ▲당기분 방식의 세액공제율 6%→5%·증가분 방식의 세액공제율 40%→30% 축소(홍종학 의원안) ▲소득금액 5000억원 초과 기업의 주요 세액공제 폐지 등을 발의했다.
여당에서는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갑작스러운 세액공제 혜택 축소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혜택을 줄여가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안 통과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 관광객 숙박료 부가세 환급 =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료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법안에 대해 여야 모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관광호텔 등에서 2~30일 이하의 숙박을 했을 경우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부가세를 현장에서 면제해주는 것이 아닌, 추후 환급하는 것은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설탕 잠정관세 적용 = 설탕 관세를 인하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설탕의 기본세율은 30%이지만 정부는 제당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잠정세율 20%를 적용하려는 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잠정세율은 기본세율보다 우선 적용된다.
정부안이 발표될 당사 업계는 국내 제당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세율을 올려야 할 판에 정부가 세율을 인하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현재 야당은 잠정세율은 이미 죽은 정책으로 물가안정·경쟁촉진 효과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