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이 27일 본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 직원들을 회고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33년 기업은행 외길…"기업은행 히트상품은 조준희"
"신임 은행장과 함께 '위대한 은행' 만들어 달라" 당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떠나는 분이 취임하는 분처럼 마냥 씩씩하더라'고 소개한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이임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27일 기업은행 본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 "회사와 직장밖에 몰랐던 저희 세대가 살아온 반쪽짜리 인생이 되지 않도록 근무환경과 출퇴근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주고 싶었다"고 언급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임식은 지난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33년간 '기업은행인'으로서 살아온 조준희 은행장의 퇴임 무대였다.
앞서 타 금융사 CEO들이 내부 직원들의 비판을 들으며 쓸쓸히 퇴장을 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조 은행장은 평소 "상주 촌놈이 은행장까지 해 봤으면 출세한 것이다"며 하회탈 같은 모습으로 웃음을 보여 주었지만, 이날 이임식에서는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기업은행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가 이임사 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 눈물을 쏟아내 함께 한 직원들을 숙연하게 했다.
앞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송별사를 통해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어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소기업한테 아주 고마운 분이었다"고 평했다.
또 그는 "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추겠다고 했을 때 저나 여기 있는 기업하는 분들이 누구도 안 믿었는데 연 9.5%로 만드셨다"며 "시중에 많은 은행들이 IMF와 금융위기 때 중소기업이 불안하다고 내쳤을 때 그런 기업들을 다 끌어 안아주어 기업은행의 금리가 높아도 거래를 했는데 금리마저 낮아지니 기업은행을 떠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회고했다.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요즘 대학에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유행하고 ‘안녕하지 못하다’는 글도 많이 내걸린다고 하는데 여기 조 은행장님이 안녕하지 못하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직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떠나는 조 은행장님은 정말 행복한 분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노조위원장이 되고 나서 정치인들과 관료, 시민단체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기업은행의 히트상품은 예금이나 대출상품이 아니라 송해 선생님과 조준희 행장이라고 하더라"고 말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조 은행장은 향후 기업은행과 직원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 은행장은 "오랜 세월이 지나 뒤돌아보니 저의 은행생활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었다"며 "30년 전 인사부 행원 때 꿈꾸었던 원샷 인사를 정착시켰고, 20년 전 동경지점차장 때 꿈꾸었던 5대양 6대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10년 전 동경지점장 때 꿈꾸었던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의 꿈도 이루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제가 못다 이룬 '대한민국 최고의 은행', '세계 초일류은행'의 꿈, 무엇보다 '참 좋은 은행'을 넘어 '위대한 은행'으로 도약시키는 꿈은 이곳에, 여러분께 남겨두고 떠난다"며 "권선주 신임은행장을 중심으로 강철 같이 단결해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그는 "어제 마지막으로 사무실의 짐을 정리했는데 해묵은 문서와 메모,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온통 기업은행과 관련된 것 뿐이었다"며 "아무리 정리하고 정리해도 정리되지 않고 더 깊이 가슴에 남는 것은 임직원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 함께 나누었던 따뜻한 정은 도저히 떼어 낼 수가 없었다"며 마지막 아쉬운 소회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