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 등)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에서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했던 전직 재무팀장들이 서로 다른 진술을 내놓아 재판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7일 공판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2005년 11월까지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한 CJ그룹 회장실 재무2팀의 서 모 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서 전 팀장은 검찰측에서 제시한 일계표상 '사입금' 항목이 회사의 '사(社)'를 가르키며, 이 돈은 이 회장을 비롯한 회장실 재무담당 임원과 회장실 소속 팀장들이 자금을 요청할 경우 지급된 것으로 공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술했다.
반면 지난달 30일 공판에서 서 팀장의 후임으로 근무한 이 모 팀장은 일계표상 모든 자금은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상반된 진술을 한 바 있다.
서 팀장은 일계표가 이 회장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며, 일계표상 사입금 항목이 공적자금으로 회사를 위한 지출이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 전 팀장은 일계표상의 모든 자금은 이 회장의 개인재산이며, 용도 역시 이 회장의 개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그는 전임자인 서 팀장으로부터 업무를 넘겨받을 때도 재무2팀의 가장 큰 역할이 이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해 서 전 팀장과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 전 팀장은 현재 무직인 반면, 서 전 팀장은 현재 CJ그룹 미국 지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금고와 관련한 진술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서 팀장은 금고에 보관된 돈이 이 회장 개인 자금과 사입금으로 들어온 돈이 따로 관리됐다고 진술한 반면, 이 팀장은 금고에 보관된 돈은 따로 분리돼 관리되지 않았다며 돈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같은 금고에 따로 관리했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횡령의 기소시기를 종전 자금을 소비한 때에서 자금을 조성한 때로 변경했으며, 재판부가 공소사실 변경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해외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차명 주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중간 페이퍼컴퍼니인 탐리지 소유의 Note가 주식인지, 파생상품인지 검찰과 변호인측에서 구체적으로 소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외 BW(신주인수권부채권)의 흐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재판부에서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피고인심문 절차와 최후 변론을 진행 할 계획이며, 이날 결심하고 2월 중에 선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회장측 변호인은 이 회장의 건강상 이유로 다음 기일 피고인심문 절차 때 이 회장의 순서를 제일 뒤로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심문을 이날 오후 마지막 순서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계속해서 심문 절차를 지켜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