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사진=김용진 기자)
온화한 성품과 꼼꼼한 일처리로 국세청 내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던 이종호 전 중부국세청장이 30년에 가까운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길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조세일보 경영고문 위촉식이 열린 지난 14일, 경영고문에 위촉된 이 전 청장의 얼굴은 시종일관 웃음으로 가득했다. 공직이라는 무거운 외투를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 지도 어느새 보름이 훌쩍 지났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전 청장은 "일단은 좀 더 쉬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뒤 "특별한 계획을 갖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30년간 국세청에서 배워온 것들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지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 조세일보 고문직을 맡은 것도 그 중 하나"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퇴임식을 통해 국세청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작은 힘이나마 아낌없이 보태겠다며 국세청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 이 전 청장. '제2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전 청장은 1959년 대구출생으로 경북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1984년 행시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세제실을 거쳐 1992년 성남세무서 재산세과장으로 국세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본청으로 전입해 국세청 국제업무과, 국제조세2과 등을 거치면 국제조사 분야 감각과 전문성을 길렀다. 서기관 승진 이후 충주세무서장, 천안세무서장 등을 역임한 뒤, 중부국세청 조사상담관을 거쳐 본청으로 복귀 정보개발2과장, 법규과장, 법무과장 등 주요 보직을 섭렵했다.
해박한 세법 지식을 바탕으로 국세청 초대 법규과장을 역임하면서 까다로운 유권해석 업무를 납세자 입장에서 신속하고 알기 쉽게 안내해주는 시스템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2008년 7월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한 이후 법무심사국장, 재산세국장, 법인납세국장 등 본청 주요 국장직을 맡아 국세행정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재산세국장 재직 시 사모펀드에 대한 검증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과세기반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인납세국장 재직 시에는 어려운 경제상황하에서도 성실신고 유도와 신고 사후검증 강화로 법인세수 목표를 초과 달성해 재정수요 확보에 기여했으며, 전국 68개 특1급 호텔과 전통주 판매협의를 맺는 데 기여하는 등 국세청 전통주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2013년 4월 중부국세청장에 임명, 직업공무원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으며 같은 해 12월27일 퇴임식을 갖고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 했다.
이종호 전 청장이 기억하는 국세청
이 전 청장은 공직생활 가운데 국세청 초대 법규과장으로 지낸 3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처음 출범한 법규과에서 까다로운 법규해석을 모두 해낼 수 있는지, 질의회신 미결 건수가 많은데 과연 정상적인 조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국세청 안팎의 우려가 가득했다.
이 전 청장은 "법규과장으로 3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초대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너무 우수했다"며 "많은 미결건수를 처리하고 법규를 모아서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기억에 남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시절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한 '시그마식스'(품질 혁신과 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전 청장은 "당시 민간 기업에서 활용한 시그마식스 기법을 국세청에서 도입했었는데 과연 국세청에 적합한 기법인가를 놓고 안팎의 잡음이 있었다"며 "과세품질을 개선함에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지만 성과평가를 못하고 떠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개인납세국장 재직 시에는 전자세금계산서 시스템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했는데 전임 국장들이 해놓은 것을 차질 없이 정착시킨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당시 시스템 구축을 해놓고 개별안내도 마친 상태였는데 시행 한 달 전에 기업체의 실태를 살펴보니 개별안내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예상돼 강제조치를 임의조치로 바꿨다"며 "큰 반발 없이 시스템을 정착하는데 일조했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재산세국장 재직 시에는 양도세 조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일선 세무서의 자율성을 길러주고 실력을 향상시켜야 세원관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이 전 청장은 당시 일선 세무서에 조사선정 권한을 대폭 내려주는 한편, 선정과 선정에 따른 책임까지 지도록 했다.
이 전 청장은 "시범실시를 했더니 역시 조사실적이나 효율성은 높았다"며 "단, 그동안 일선에 너무 자율성이 없어서 서장, 과장, 계장 등 관리자들의 역할에 따라 세무서별 격차가 심했다. 잘 진행되는 세무서의 케이스를 나머지 세무서에 알리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울러 법인납세국장 시절에는 주류산업 주세업무를 세금이라는 업무라는 시각보다 주류산업이라는 시각으로 전통주를 살리고 독과점 맥주시장은 경쟁력을 부여하는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조직에 감사함 잊지 않겠다"
이 전 청장은 퇴임사에서도 밝혔지만 국세청 조직에 대해 항상 감사했고 앞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동료들과 선후배가 있는데 1급 공무원의 위치까지 왔다. 내가 한 것이 10이라면 90는 동료와 선후배직원들의 땀으로 이뤄낸 것이라 생각한다. 국세청에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니라도 국세청은 워낙 뛰어나고 자질 훌륭한 직원들이 많다 자생력이 충분히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후배들 역시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 앞으로 더욱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호 전 중부국세청장은…
▲1959년 ▲대구 ▲경북고-고려대 행정학과-美 밴더빌터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행시 27회
▲재무부 세제실, 성남세무서 재산세과장, 동작세무서 총무과장, 국세청 국제업무과, 미국 유학,국세청 국제조세2과, 해외파견, 충주세무서장, 천안세무서장, 중부국세청 조사상담관, 국세청 정보개발2과장, 국세청 법규과장, 국세청 법무과당,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국세청 재산세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